올해 초 정부는 수출경기 전망과 관련해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수출은 6, 7월에 이어 8월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지속했다. 무역수지도 급감하고 있다.
무역수지 7개월來 최저…반도체 수출 30% 급감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는 17억2000만달러로, 올해 1월(11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68억2000만달러) 대비 74.7% 감소했다. 8월 수출액은 44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었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이며 지난해 12월(-1.7%)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등 20대 주요 품목 가운데 14개 품목의 수출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줄었다. D램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하락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반면 자동차(4.6%), 선박(168.6%), 2차전지(3.6%), 농수산식품(5.7%) 등은 수출이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이 21.3%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6.7%), 일본(-6.2%), 중남미(-18.3%) 등 주요 국가로의 수출도 감소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1.5% 줄었다.

정부는 수출부진의 원인을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6월 기준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수출 상위 10개국 모두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7월 4일부터 시행된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은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8월 대일(對日) 수출은 6.2% 줄어 올해 1~7월 누적 감소폭(-5.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이 일본으로부터의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기준 1.8%로 크지 않다”며 “일본 수출규제가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무성 통계 등에 따르면 7월 기준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6.9% 줄어 한국의 대일 수출 감소폭(0.3%)보다 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