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에 세금을 투입해 만드는 재정일자리를 17만 개 늘리고 기초연금을 증액하는 등 복지·일자리 사업에 대한 재정투자를 21조원 확대한다. 전체 예산 증가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정부는 경제활력 높이기에 중점을 두고 예산안을 짰다고 하지만 복지확대를 위한 세금 퍼붓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복지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20조6000억원(12.8%) 늘어난 181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산 증가율(9.3%)을 웃돈다. 증가폭 20조6000억원은 전체 예산 증가액(43조9000억원)의 46.9%에 이르는 수치다. 올해(40.0%)보다도 크게 뛰었다. 복지 분야 예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4.3%에서 내년 35.4%로 역대 최고치로 오른다.

복지 분야 예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7%, 올해 11.3% 늘었다. 2017년엔 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이 4.9%였던 점을 보면 급증세다.

예산 규모가 1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초연금은 내년에 1조6800억원 더 늘어난다. 월 30만원을 주는 노인을 소득 하위 20%에서 20~40%까지 확대하는 영향이 크다. 소득 하위 70% 노인을 지원하는 기초연금은 2017년까지만 해도 1인당 2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25만원으로 인상했고, 올해부터 소득하위 20%는 30만원으로 또 올렸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1조1000억원 늘린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내년 지원 총액은 8조9600억원에 이른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여파로 풀이된다. 2017년 8월부터 시행한 문재인 케어로 건보 지출이 급증하자 가입자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금을 늘리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정부는 극빈층을 지원하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예산은 각각 5800억원, 5700억원 증액했다. 아동수당 예산은 2조1300억원에서 2조2800억원으로 올린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가구 소득 상관없이 월 10만원씩 주는 제도다.

일자리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내년 예산은 25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조5000억원(21.2%) 확대됐다. 정부가 세금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재정일자리는 올해 78만5000명에서 내년 95만5000명으로 17만 명 늘린다. 이 가운데 노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만 74만 개다. 올해보다 13만 개 증가했다. 이런 영향으로 재정일자리 예산(2조9200억원)은 8500억원 불어났다. 정부는 고용난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재정일자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세금 일자리만 양산할 게 아니라 취업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직업훈련 예산(2조2900억원)은 3300억원 늘지만 증가폭과 총액 모두 재정일자리에 못 미친다.

실업급여 예산은 7조2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큰 폭 늘어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