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두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과 벌인 소송전이 17년 만에 사실상 현대오일뱅크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김시철)는 현대오일뱅크가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세 번째 2심에서 “현대오일뱅크에 85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김 회장 등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946만 주를 사들여 합병했다. 이후 한화에너지는 1998~2000년 현대오일뱅크와 SK(주), LG칼텍스, 에쓰오일 등과 군납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7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각종 소송을 치르며 변호사 비용과 벌금 등을 지출해 입은 손해 322억여원을 물어내라”며 2002년 김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의 재판은 17년간 총 여섯 번 열렸다. 첫 번째 열린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합병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뒤늦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다시 열린 2심에선 “약정상 원고(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다시 “과징금 및 소송비용 등 회사의 우발채무 전부가 손해에 해당한다”며 배상액을 늘리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