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든 '알바 천국'
(下) '미래 준비' 안되는 청년·지역 일자리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창출하는 ‘직접 일자리사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중견기업 일자리드림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창출하는 ‘직접 일자리사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중견기업 일자리드림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7.8%’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 참가자들의 이후 1년간 취업 유지율이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참가한 100명 중 8명만 사업 참가 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재정 지원이 끊어지자 다시 실업자가 됐다는 얘기다.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사업과 달리 지역사회와 청년층 관련 직접일자리 사업은 민간 분야 취업으로 연결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규모와 정부 예산만 커지고 있다. 경력 쌓기와는 무관한 단순 아르바이트 수준의 업무만 시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10명 중 9명 다시 실업자로…청년 일자리 사업은 '밑빠진 독'

실적과 반대로 간 예산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은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 주당 30시간씩 최대 6개월까지 일하고 급여를 받는다. 행안부가 정한 기준을 토대로 기초지자체가 정한 사업 분야에서 일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희망 일자리’ 사업을 전환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행안부가 작성한 ‘2019년 시·도별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내역’을 보면 재취업률이 왜 낮을 수밖에 없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체 1517개 사업 중 748개가 거리 청소와 화단 가꾸기 등 단순한 노역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전거 정비, 전통문화 해설 배우기 등 직업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많은 사업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하는 공공근로 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지난 정부까지는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사업을 계속 축소해 왔다. 한때 수천억원에 달하던 예산이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2017년 210억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270억원,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530억원으로 늘었다. 국비만 반영된 것으로 지자체 예산까지 합하면 1000억원 이상이다. 올해는 1만4000명이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저조한 성과에도 오히려 예산이 갑절로 뛴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 기조 때문”이라는 답 이외에는 하지 못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사업이 일선 시·군으로 분산되며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참가자의 재취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일자리 사업도 낙제점

청년일자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행안부의 ‘지역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올해 3441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청년 2만2250명을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에서 2년간 일하게 하며 급여는 세금으로 지급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엔 책정된 829억원 예산 가운데 41.3%인 342억원만 집행됐다. 참가자 상당수가 약속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과 싸게 인력을 쓸 기회로 여기는 채용기관의 간극을 정부가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한 사회적 기업이 지역형 청년일자리로 채용된 청년들을 당초 약속한 것과 다른 길거리 상품 판매에 동원해 지역 청년 단체들의 반발을 불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7월 시작한 ‘청년TLO(기술이전전담인력)’ 사업도 성과가 저조하다. 청년TLO 사업은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한 이공계 대학생들이 연구보조 등의 업무를 하며 대학의 기술을 배워 경쟁력을 높인 뒤 취업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4000명에게 6개월 동안 158만원씩 지급한다. 정부의 일자리 수에도 포함된다. 하지만 1년간 청년TLO 과정을 거친 이들의 취업률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40%에 그친다. 2018년 대학 평균 취업률(62.8%)보다 낮다. 대학 실험실 등에서 이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업 참여 전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하며 수당을 받았다” “연구실 담당 교수님이 ‘취업 공부나 하라’고 하더라”는 등의 참여 후기가 잇따른다.

고공 행진하는 청년실업률 지표를 끌어내리려고 면밀한 조사 없이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정부 입장에서 취업자 수가 걱정되니 눈앞에 보이는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단기 일자리 사업이 끝나면 오갈 데 없어진다는 점에서 어렵더라도 민간 일자리를 늘릴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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