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 신세계 두타 현대백화점 등 국내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이 올 상반기 10조원 넘는 매출을 거뒀다. 이들의 반기 기준 매출 합계가 10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작년 18조원을 처음 넘었던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이 올해는 20조원을 넘길 게 확실시된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국내 주요 유통회사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면세점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5대 면세점 상반기 매출 사상 첫 10조 돌파
이익률 5.2%까지 상승

1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4조4332억원), 신라(2조9701억원), 신세계(2조930억원) 등 국내 ‘빅3’ 면세점의 올 상반기 합산 매출은 9조4963억원이다. 여기에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3535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3099억원)까지 합하면 10조1597억원에 달한다.

국내 면세점들은 올 들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월평균 1조원대 중반 수준이던 매출이 올 3월 처음 2조원을 넘었고, 이후에도 2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기록한 연간 최대 매출 기록(18조9602억원)을 올해 훌쩍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대 면세점 상반기 매출 사상 첫 10조 돌파
외형만 성장한 게 아니다.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은 2017년 총 75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0.7%에 불과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7원밖에 못 남겼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이 컸다.

작년 이익률은 3.7%로 다소 회복됐다. 사드 보복에 따른 매출 감소의 위기를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으로 견뎌내는 바람에 수익성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면세점이 따이궁에 대량으로 물건을 팔면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재판매하는 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고리’가 형성됐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5.2%까지 뛰었다. 따이궁 장사에 익숙해진 국내 면세점들이 마진을 조금씩 올린 영향이다. 이들은 따이궁에 내주는 송객 수수료를 줄이고 상품 할인율을 다소 낮추는 식으로 대응했다. 유통업에서 이익률 5%는 제조업 이익률 10% 이상으로 친다. 그만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순위에서도 롯데와 신라는 각각 2, 3위에 오를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에서 따이궁 매출 비중이 70~80%에 이른다”며 “따이궁 관리 노하우가 쌓이면서 면세점의 이익률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은 먹구름

하지만 면세점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하반기는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다.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관세, 통화 등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내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홍콩 시위 사태’까지 더해졌다. 한국 면세점의 최종 소비자가 대부분 중국인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따이궁 규제’도 악재다. 올초 중국에선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됐다. 따이궁처럼 소규모 사업자도 허가를 취득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해외 구매대행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한다’는 내용의 감독지침도 나왔다. 한국 면세점에 부정적 이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