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긴급 회의…"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확대 결정 이후 첫 근무일인 5일 전자 계열사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위기 극복’과 ‘새로운 기회 창출’을 강조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한 사업장에서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빼기로 함에 따라 경영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회의엔 김기남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등 반도체·TV사업 경영진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이 참석했다.

"위기 넘어 새 기회 창출"…日 '수출규제 확대' 극복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日 악재' 돌파 직접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본격적인 ‘위기관리’ 경영에 나섰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하는 등 한국에 대한 ‘전방위 타격’을 예고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2차전지, TV 등 그룹의 전자사업 대부분이 일본 경제보복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이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챙겨야 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5일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위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 창출’ ‘한 단계 도약’ 등을 강조한 데 주목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숱한 난관을 돌파했던 고(故)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처럼 이 부회장도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구심점이 돼 그룹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일본발(發 )위기 직접 챙기겠다”

이 부회장이 긴급회의에서 우선 강조한 것은 ‘긴장감’과 ‘위기’다. 2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서 핵심 소재 3종만 규제한 지난달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2차전지, TV,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제품에 파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소집한 경영진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TV사업을 책임지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핵심 소재인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이윤태 사장, 2차전지를 맡고 있는 전영현 SDI사장도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차분한 자세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규제 확대 대응 전략 등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약 의지 밝혀

이날 회의가 과거와 달랐던 점은 ‘새로운 기회’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삼성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를 ‘수입처 다변화’ 등의 기회로 삼고 위기를 이겨내면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사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미래’를 얘기하며 ‘도약’ 의지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강조했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 현안에 매몰되기 쉬운 전문경영인과 달리 그룹 총수로서의 ‘넓은 시각’과 ‘통찰력’을 앞세워 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부터 사업장 찾아 현장 경영

이 부회장은 이르면 6일부터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전자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해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추스르는 현장 경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대상지는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과 용인(기흥), 반도체 조립·검사 라인이 있는 충남 천안, 충남 아산의 디스플레이 공장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위기관리 경영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전자 관련 계열사는 휴가를 미루고 ‘위기 극복’에 만전을 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