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초강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를 쓸어담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단기적으로 100엔당 115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레이크 풀린 엔화…"1150원선까지 치솟을 듯"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18원95전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31원3전 급등(엔화 강세)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인된 2016년 11월 9일(1123원71전) 이후 2년9개월 만의 최고가다.

원·엔 환율은 올 들어 4월까지 100엔당 1000~1040원 선을 맴돌았다.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실마리를 못 찾던 5월 들어 1090원 선까지 뛰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1100원 선을 뚫었다. 미·중 무역분쟁의 전선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 엔화와 프랑과 같은 안전통화로 투자자가 몰렸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었다. 지난 2일 달러당 엔화 값은 전날보다 0.7% 오른(엔화 강세) 106.59엔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09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엔 환율을 밀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엔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엔 환율은 1150원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통화완화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정부도 엔화 강세를 원하지 않는다”며 “엔화 가치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한 만큼 1100원 초반 수준으로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