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형지 회장의 '손편지 경영'
“최고의 상품과 매장 지원을 위해 ‘사임을 각오하는 경영’을 하겠습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사진)이 이달 초 크로커다일레이디 등 자사 브랜드의 전국 2000여 개 대리점 점주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최 회장은 경남 남해에서 생산된 육쪽마늘과 동봉해 보낸 편지에서 “제가 직접 챙기면서 최고의 명성에 도전할 테니, 우리 모두 늘 창의적인 생각과 긍정적 자세로 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 회장은 대리점주와 임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문자메시지, 손편지,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한다. 이번에는 “무더운 날씨에 매장 경영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지요”로 시작하는 손편지를 썼다.

최병오 형지 회장의 '손편지 경영'
편지와 육쪽마늘은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까스텔바작, 올리비아하슬러, 라젤로, 형지리테일, 형지I&C, 형지에스콰이아, 형지엘리트 등 자사 브랜드와 계열사의 2000여 개 매장에 전달됐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고객과 접점에 있는 대리점 사장님들이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것 같아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에도 그룹 계열사 임직원 800여 명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형지가 개발해 운영하는 부산의 쇼핑몰 아트몰링을 방문했을 때 느낀 소회를 담았다.

최 회장은 문자에서 “올해 결혼 40주년을 맞아 옛날 국제시장에서 자전거로 짐을 실어 나르던 시절이 떠올랐다”며 “남들 놀 때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면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휴가 시즌인 요즘 조직원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잘 안다”며 “아트몰링이 잘되는 것도 다 임직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불황 극복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최 회장은 “형지에는 불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고의 형지가 될 수 있다”며 “내가 선봉에 설 테니 시련을 보약 삼아 다같이 힘내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초 “형지를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의 문자를, 2월엔 전국 매장에 김치와 함께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편지 경영’에 대해 “패션산업이 불황이지만 모두 힘을 합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이런 습관을 들였더니 대리점 사장들과도 굳건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