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 도산하는 협력사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의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28일 “일감이 없어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위해 툭하면 생산라인을 멈추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사들의 경영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외부감사 대상 부품사 481곳(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제외)의 지난해 실적을 조사한 결과 218개 중소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에 그쳤다. 올 1분기 국내 제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인 5.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달 초에는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원을 20% 이상 줄이는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부품사 엑소더스(대탈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전국 33개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 곳 중 네 곳가량(38%)이 “공장을 해외로 옮길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부품사도 적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 1차 협력업체는 2017년 말 851곳에서 지난해 말 831곳으로 줄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