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국산화에 들어갔다. 이달 초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이라는 해석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25일 “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을 위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며 “올 연말까지 샘플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며 “경북 영주나 울산 청주 공장 중 한 곳에 설비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회사다. SK(주)가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873억원이다.

SK머티리얼즈가 개발에 들어간 불화수소는 고순도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때 실리콘 웨이퍼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한국의 불화수소 수입량의 41.9%가 일본산(産)이다. 99.999% 이상 고순도 불화수소는 9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둔 SK그룹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그동안 원료가 되는 불소를 다뤘고 정밀 가스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고순도 불화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