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기주의'에…더 팔고 싶어도 못파는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사진)가 ‘공장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외 수요를 감안하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일부 노조 대의원이 이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일 팰리세이드를 울산2공장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팰리세이드는 울산4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노조 집행부 역시 고용안정위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팰리세이드의 물량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은 노조 집행부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생산물량을 2공장과 나누면 4공장 근로자들의 특근 일수가 줄어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4공장 대의원들의 반발에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고용안정위 회의는 무산됐다. 12일 고용안정위 회의가 열렸지만 노사는 결국 생산물량 조정 문제를 합의하지 못했다.

문제는 팰리세이드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4공장에서 월 8000대가량의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5000대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국내 시장에는 월 3000~3500대 정도가 공급되는 셈이다. 수출 전 팰리세이드는 국내 시장에서 매월 6000대 넘게 팔렸지만, 5월부터는 내수 판매량이 국내 공급량인 3000~4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현재 팰리세이드의 국내 대기 물량은 약 4만 대다. 추가 주문이 없다 해도 대기 물량이 해소되는 데 1년 가까이 걸린다는 의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를 구매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에 순순히 ‘그러겠다’고 반응할 고객은 많지 않다”며 “고객들이 다른 차를 알아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조 동의를 얻어야 공장별 생산모델을 조정할 수 있는 현대차의 단체협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대차 단협은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모델별 생산량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데, 노조 반대로 시장 트렌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