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한·일 양국의 갈등이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제품의 국내 출시 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TV홈쇼핑에선 일본 여행상품 판매 방송이 취소됐고, 편의점에선 ‘부동의 1위’였던 아사히 맥주가 카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뫼비우스’ ‘카멜’ 등을 생산하는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는 당초 오는 11일로 예정했던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JTI코리아는 행사 일정을 지난달 공지했고, ‘티저 광고’ 형식으로 사전 마케팅도 했다. JTI코리아 측은 “실외에서 전자담배 시연 행사를 준비했는데 당일 비가 예보돼 어쩔 수 없이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일본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맞춤 시계 브랜드 놋토(knot)도 26일로 예정했던 한국 진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놋토는 시계 무브먼트(동력장치) 20여 종과 스트랩 200여 종을 자유롭게 조합해 ‘맞춤 시계’로 제작할 수 있는 브랜드다. 놋토의 국내 수입판매사인 아이벨의 이정준 대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일본 본사와 합의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도 11일로 예정했던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일본 여행상품 판매 방송을 잇따라 취소했다. A홈쇼핑은 지난 7일 방송 예정이던 홋카이도 여행상품 방송 대신 국내 여행상품 방송을 내보냈다. 일본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내부 긴급회의를 통해 편성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5일 오사카 여행상품을 판매하려던 B홈쇼핑도 일반 상품으로 변경했다.

수입맥주 1위인 일본 맥주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한 편의점에선 수년째 판매 1위를 기록해온 아사히(500mL)가 주간 판매 순위에서 카스에 역전됐다. 7월 3~7일 대용량 캔 맥주 브랜드 중 아사히 비중이 10.0%로 카스(14.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