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일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달부터 주요 계열사 공식 직책을 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이 한진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부터 계열사인 정석기업 고문으로 출근 중이다. 이 고문은 2006년부터 이 회사 사내이사를 맡아 왔지만 비상근이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48.27%)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비상장 회사로, 그룹 부동산 등을 관리한다.

이 고문은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한국공항 자문 역할도 시작했다. 한국공항은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항공기의 견인, 승객 수화물 상·하역, 항공기 청소, 장비 지원 등 보조 사업을 하는 회사로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 오너일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나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 고문은 정석기업에서 조중훈 창업주와 조양호 회장 추모 사업을 할 것”이라며 “한국공항에선 이 고문의 네트워크와 문화적 소양을 이용해 제주민속촌 사업에 대해 자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물컵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씨도 지난달 10일 한진칼 전무와 정석기업 부사장 직책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 전무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신사업 개발 및 마케팅 관련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무에 이어 이 고문까지 그룹 계열사 공식 직책을 맡으면서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이 없는 이 고문은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 17.34%가 법정 상속되면 5.94%의 지분이 생긴다. 조원태(6.30%) 조현아(6.27%) 조현민(6.26%) 씨 등 세 자녀가 상속 이후 확보할 지분 규모와 별 차이가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촉발된 강성부 펀드(KCGI)와의 지분율 경쟁과 연이은 재판으로 오너 일가가 움츠러들었다”며 “그러나 각종 재판이 끝나가고 델타항공의 백기사 등장 등으로 다시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땅콩 회항’으로 물러난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설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고가 물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 등과 관련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법정 구속을 피했다. 한진그룹 계열사 정관에 집행유예 관련 규정이 없어 경영 복귀에 걸림돌은 없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