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도입되면 수입맥주와 경쟁 가능"…수제맥주 업계 '왕좌의 게임' 본격 준비
수제맥주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세금체계가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 맥주와 경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제맥주회사들은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전략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양조장을 새로 짓고, 냉장 물류 시스템에도 투자했다. 판매지역도 넓혀가고 있다. 제주맥주, 카브루, 플래티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네 개 회사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의 역사는 2002년 일명 ‘하우스맥주법’이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카브루, 세븐브로이, 플래티넘, 바이젠하우스 등 1세대가 등장했다. 100여 개까지 늘었지만 높은 세금과 규제 때문에 대부분 사라졌다.

플래티넘은 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가장 많은 실험을 해온 ‘맏형’격이다. 국제대회에서 1위를 포함해 45번이나 메달을 땄다.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도 협업을 많이 했다. ‘퇴근길’ ‘인생 에일’ 등이 대표 맥주다. 전국 1700여 개 호텔, 바 등에서 플래티넘의 맥주를 판다.

플래티넘은 하우스맥주를 외부에 팔 수 없게 한 법 때문에 중국 옌타이에 양조장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절반은 충북 증평 공장에서, 나머지는 중국에서 제조한다. 플래티넘은 올해 중국에서 철수, 국내 생산으로 돌리기로 했다.
"종량세 도입되면 수입맥주와 경쟁 가능"…수제맥주 업계 '왕좌의 게임' 본격 준비
제주맥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적의 로컬에서 최고의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겠다”는 게 슬로건이다. 생산능력은 2000만L로 국내 최대다. 지난해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등을 앞세워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매출은 2017년 17억원에서 지난해 78억원으로 늘었다. 제주맥주는 제주에서 생산해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카스, 테라 같은 병맥주를 생산해 파는 것도 다른 수제맥주와의 차별점이다. 제주맥주의 경쟁자는 수제맥주가 아니라 대형 맥주회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카브루는 드물게 이익을 내는 수제맥주회사다. 이달 들어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카브루도 2000년 시작한 1세대다. 사업 초기 더부스 크래프트웍스 등 수제맥주 붐을 이끈 펍에 많은 맥주를 공급했다. 2015년 진주햄이 카브루를 인수한 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브루는 브랜드 캐릭터를 아홉 개의 맥주 홉이 꼬리로 달린 ‘구미호’로 정했다. 구미호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살랑살랑바이젠, 홉탄두IPA 등이 대표 제품이다. 올 9월에는 매장에서 양조를 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브루펍도 서울에 낼 예정이다.

수제맥주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2016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BC)는 시장의 ‘루키’였다. 지금도 편의점, 마트 등에 제품을 내놓지 않고 ‘가장 신선하게 마시는 생맥주’를 고집한다. 성수, 잠실, 송도, 건국대, 이태원 등에서 펍을 운영하고 전국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220개 매장에 ABC의 맥주를 공급한다. 최근 CJ대한통운과 콜드체인 물류계약을 맺었다. 경기 이천 공장에서 생산한 ‘갓 만든 수제맥주’를 시원한 상태로 다음날 배송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판매처를 약 7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