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40여 분. 울산 앞바다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 한가운데 붉은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만들어놓은 ‘동해-1 가스전’의 플레이어스택(소각탑)이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4년부터 이곳에서 천연가스와 초경질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불순물을 소각하는 플레이어스택은 24시간 불꽃을 내뿜는다”며 “저 불꽃이 꺼지면 가스전의 생명이 다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6월께 해저 자원이 고갈되면 이 불꽃은 사그라진다.
울산 앞바다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1 가스전(왼쪽)에서 생산운영팀이 플랫폼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오른쪽). /한국석유공사 제공
울산 앞바다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1 가스전(왼쪽)에서 생산운영팀이 플랫폼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오른쪽). /한국석유공사 제공
동해-1 가스전은 국내 자원개발의 상징이다. 1970년대 해외 석유회사가 잇달아 국내 탐사에 실패하고 돌아간 뒤 석유공사는 대륙붕에서 1998년 최초의 상업적 가스전을 발견했다. 2004년 7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올해 4월까지 해저에서 천연가스 3729만BOE(석유환산배럴), 초경질원유 362만BOE를 뽑아냈다. 가스전 플랫폼에선 동해-1과 인근 동해-2 가스전에서 채굴한 가스와 원유를 해저배관으로 받아 수분을 빼는 등 가공한 뒤 해저 배관을 통해 울산 육상 생산시설로 보낸다. 2차 처리 과정을 거쳐 울산 일대 가정과 기업체 등으로 보내진다. 김성해 동해-1 가스전 생산운영팀 부장은 “대륙붕 탐사부터 개발, 생산까지 100% 국산 기술력으로 이룬 성과”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플랫폼은 생산운영팀에는 일터이자 집이다. 총 48명의 현장 인력은 2주씩 교대로 근무하며 ‘내무반’ 생활을 한다. 2주간 바다 한가운데에서 근무한 뒤 헬기를 타고 육지에서 2주간 쉬는 생활을 반복한다. 김 부장은 “휴무를 보낸 뒤 돌아올 때면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군인이 된 기분이 든다”며 웃었다. 2003년 준공 단계부터 플랫폼을 지켜온 김 부장은 “플랫폼이 우리 일터이자 집이기 때문에 가스 고갈 시점을 얘기할 때마다 심란해진다”며 “가스전의 아름다운 2막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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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와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 주변 바다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은 “해상구조물 노하우를 가진 석유회사들이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난해 10월부터 플랫폼에 풍향계를 설치해두고 사업 타당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 반대 등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지역 어민들은 올해 초 울산시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어장 황폐화와 바다오염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조업 구역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사업타당성 조사 후 환경영향평가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