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쥴'이 담배같지 않다고 하는 이유
‘전자담배의 애플’로 불리는 쥴(JUUL·사진)은 한 달 전 한국에 상륙했다. 아시아 최초 진출국으로 한국을 택해 출시 초기 화제를 모으며 한때 ‘품귀현상’을 빚었다. 한 달 만에 사용자들로부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낮은 니코틴 함량 때문이다.

쥴은 ‘포드’라는 액상 카트리지(개당 4500원)를 갈아끼우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니코틴 함량 1.7mL, 3mL, 5mL 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0.7mL 단일 용량만 판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에 출시된 쥴도 1.7mL와 3mL 중 선택이 가능하다. 쥴 소비자들은 “니코틴 함량이 낮아 담배를 피우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하루 두세 개의 액상 카트리지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니코틴 함량을 낮춰 판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화학물질관리법상 액상에 니코틴 함량이 1%를 넘을 경우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된다. 이를 판매하려면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소방시설 등을 갖추는 등 유해물질 취급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또 2%가 넘어가면 환경부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화학물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매장마다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니코틴 함량 1% 이상의 액상 담배를 판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불법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쥴, 영국에서 판매하는 쥴 등을 구매 대행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이들은 ‘통관에서 문제가 생기면 무료 재발송, 무료 환불’ 등의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쥴을 더 강력하게 피울 수 있는 신종 흡연법’을 소개하는 유튜버도 나왔다. 비어 있는 카트리지라는 뜻의 ‘공팟’에 기존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을 넣어 피우는 방법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