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 완전 폐지’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누진제를 폐지하면 1400여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소폭 오르게 돼 당정이 최종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찬성 여론 압도적이지만…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 창구인 한국전력공사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7일 오후 4시 현재 390건의 의견이 올라 있다. 이 중 ‘누진제 폐지’ 외 다른 대안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20여 건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누진제 전면 폐지에 동의했다는 얘기다.

앞서 민관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일 여러 누진제 개편안을 제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대안은 △하계(7~8월) 누진구간 확대(1안) △하계 누진단계 축소(2안) △누진제 완전 폐지(3안) 등 3개다. 정부는 한전 게시판 여론과 오는 11일로 예정된 공청회 결과 등을 토대로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 뒤 다음달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3단계)는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TF가 제시한 1안은 매년 7, 8월 전력 사용량이 많은 2·3단계 가구에 100·50㎾h(월 사용량 기준)씩 상한을 높여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작년 사용량 기준으로 총 1629만 가구가 해당 월에 15.8%씩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안은 매년 7, 8월에만 3단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안이다. 전력을 많이 쓰는 3단계 구간(609만 가구)이 2단계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1~2안은 사실상 전기요금 한시 인하 방안이다. 모든 적자는 한전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는 3안은 작년 폭염 때 국민청원이 집중됐던 대안이다. 2·3단계 요금을 상시 낮출 수 있는 데다 해마다 반복되는 누진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어서다. 문제는 887만 가구의 요금이 상당폭 낮아지지만 1416만 가구의 전력 저소비층 부담이 소폭 커진다는 점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누진제 폐지가 합리적이지만 다수 가구의 요금이 조금씩 오른다는 게 부담”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