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학회는 5일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자본주의의 도덕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야론 브룩 에인랜드연구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백승관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아시아금융학회는 5일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자본주의의 도덕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야론 브룩 에인랜드연구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백승관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야론 브룩 미국 에인랜드연구소장은 5일 “기업가를 죄악시하면 구글 같은 혁신적 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룩 소장은 5일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아시아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자본주의의 도덕성’ 토론회에 참석해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인랜드연구소는 합리적 개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한 미국 경제철학자 에인랜드를 기리기 위해 1985년 설립된 싱크탱크다.

브룩 소장은 “젊은이들은 흔히 ‘자본주의는 자본가만을 위한 것’이라고 잘못 믿는 경향이 있다”며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성과가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듯 개인이 이기심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기여하는 게 자본주의의 도덕성”이라고 설명했다. 브룩 소장은 《평등은 불공정하다(equal is unfair)》 등을 저술한 자유주의 경제철학자다.

브룩 소장은 과도한 정부 규제가 정경유착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물론 미래세대가 자본주의에 대해 성찰할 기회까지 뺏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규제는 정경유착을 결코 없앨 수 없다”며 “거꾸로 말하면 정부가 특정 집단에만 문을 열어주고 권력을 쥐어주는 게 규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에서 자본윤리를 가르치면서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법에 걸리는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걸 법으로 해결하면 미래세대가 자본주의의 윤리,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할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도 쓴소리를 내놨다. 브룩 소장은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이론이 아니라 부두교(미신)”라며 “경제학은 그렇게 단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생산성의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기업이 시설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그게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젊은 층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밀레니얼 소셜리즘(사회주의)’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브룩 소장은 “평등과 공정함을 혼동한 것”이라며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소득불평등 자체를 죄악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자본주의 및 성공한 기업가를 악마로 여기면 혁신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문화적 문제를 자본주의의 해악으로 오해하는 일이 잦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에선 지연, 혈연, 학연 등이 공정경쟁을 왜곡한다”며 “이걸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보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