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1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생산과 투자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2개월 연속 ‘반짝 개선’된 덕분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정부가 ‘6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공식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5)와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2)는 모두 전월과 동일한 수치를 유지했다. 두 지수는 지난 3월까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하락세가 멈춘 데는 두 지수의 주요 구성 요소인 생산과 투자가 2개월 연속 증가한 영향이 컸다. 4월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각각 0.7%, 4.6% 늘었다. 반도체 생산이 6.5% 늘면서 산업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 설비투자 증가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8.1%)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등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매판매는 1.2% 줄면서 지난해 9월(-1.7%) 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3월 3.5% 반등한 뒤 다시 하락 반전한 것이다. 가전제품, 통신기기 등 내구재(-4.2%),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0.2%),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2%) 판매가 모두 줄었다.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을 멈췄지만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과 투자가 기저효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가 크게 줄어든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전반적인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멈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6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공식화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 회의인 녹실간담회를 열고 “5월 수출이 반도체 단가 하락과 세계 경제 둔화 등 영향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6월 5일 발표되는 4월 경상수지도 소폭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