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 부회장
이미경 CJ 부회장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기생충'이 지난 26일(한국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배급과 투자를 맡고 있는 CJ그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5년 전 건강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줄곧 미국에 머물며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 봉준호 감독의 이번 영화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봉 감독과 인연이 부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CJ 영화의 해외판매에 힘을 쏟았고, 이번에도 칸을 직접 방문해 기생충 팀을 지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칸으로 날아간 것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이후 10년 만이다.

이 부회장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영화 '살인의 추억'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첫번째 웰메이드 영화인 살인의 추억을 CJ와 함께 만들었고 이후 '마더', '설국열차'도 CJ에서 투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 '기생충'을 기획하면서도 CJ를 가장 먼저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무대에서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CJ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1993년 삼성에서 분리·독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부회장이 당시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던 중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고 3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CJ는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인 뒤 2000년 영화 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영화사업에 손을 댔다.

이 부회장이 레드카펫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14년 영화 '광해'를 제작한 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당시 정부가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 머물며 조용히 지내왔다. 이번 영화 '기생충'은 이 부회장이 5년 만에 복귀를 신고하는 작품이 된 셈이다. 기생충 엔딩 크레딧에는 이 부회장의 이름이 '책임 프로듀서'로 등재됐다.

기생충은 현재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한국영화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176개국에 판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 계정을 통해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모든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며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