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 현직 장관이 기금 운용에 직접 참여하고, 보유 주식의 의결권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OECD 주요 17개 회원국의 공적연금제도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을 분석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한국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스웨덴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덴마크 룩셈부르크 멕시코 칠레 등이다.

통상 공적연금은 근로자, 사용자, 자영업자, 임의가입자 등이 납입하는 보험료로 조성된다. 다만 17개국 가운데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등 8개국은 정부가 일부 기금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가입자 납부금에다 정부가 연간 2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룩셈부르크는 노·사·정이 3분의 1씩 분담한다. 한국 정부는 기금 조성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 4개국은 공적연금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노·사·정 대표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4개국 가운데 한국만 기금운용위원장을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기금운용위가 정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스웨덴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은 기금운용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기금운영위가 보유주식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국가도 한국과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3개국뿐이다. 한경연은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정부가 기금을 직접 조성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도입한 이후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고 공적연금이 기업을 지배할 가능성을 막을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