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사 등 비(非)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가 최근 5년 새 3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에 이어 부동산금융 부실이 커지면 비은행권의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비은행권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동산 PF 모범규준 도입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非은행권 부동산PF 대출 5년새 30兆 급증
부동산 PF 대출 키운 비은행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제2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든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64조원이다. 2013년 말(39조3000억원) 이후 연평균 1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1조5000억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보험사나 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권은 이 기간 동안 17조8000억원에서 46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에서 비은행권이 차지한 비중은 2013년 말 45.3%에서 지난해 말 73.3%로 늘어났다.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줄여온 반면 비은행권은 대출 취급 규모를 확대했다. 비은행권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떨어지고 유동성이 부족하다. PF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면 전체 시스템 부실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 지적이다.

부동산 PF 채무보증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25조8000억원으로, 2013년 말(12조100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채무보증의 대부분을 증권사(24조1000억원)가 차지했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PF 대출과 PF 채무보증으로 구성된다. 채무보증의 세부 데이터 및 취급 이력에 대한 정보 수집이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에서 위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위 설명이다.

비은행권 리스크 집중 관리

금융위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이 쏠리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손 사무처장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014년 말 9.4%에서 지난해 2.3% 낮아지는 등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하다”면서도 “여건 변화로 여러 사업장이 동시에 영향을 받아 PF가 부실해져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리를 위해 건전성 규제를 정비하고 리스크 실태 점검 및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각 금융사의 PF 익스포저에 대한 위험가중치와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적정한지 살피기로 했다. PF 익스포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금융위는 보험·여전업권에도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부동산 PF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모범규준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융회사를 선별해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