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1969년의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달러를 넘어섰고, 인구는 3000만 명을 돌파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이란 말을 듣기 시작했다. 기업인들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식품업계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앞세운 4개 기업이 탄생했다. 동원산업, 오뚜기,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다.

나란히 50돌을 맞은 4개 회사는 등장부터 달랐다. 국민이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들고나왔다. 동원산업은 참치캔, 매일유업은 팩에 담긴 우유,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오뚜기는 카레였다. 기존 식품기업(제일제당, 샘표, 삼양식품, 농심, 해태제과)이 설탕 간장 라면 과자 등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생존형 먹거리’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첫 제품을 낸 뒤 무관심과 루머를 견뎌야 했다. 낯선 먹거리에 소비자들은 냉소적이었다. “사치스럽다” “먹으면 이가 상한다” “배 아프다” 등등등. 4개 기업은 이런 편견과 싸웠다. “생존의 시대가 지나면 건강과 다양성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한우물을 팠다. 광고 트럭, 시식회, 방문 판매 등 새로운 마케팅과 영업 방식도 동원했다. 이들이 만든 첫 제품인 참치(동원), 카레(오뚜기), 팩 우유(매일유업), 야쿠르트(한국야쿠르트) 등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연매출은 모두 1조원을 넘어섰고, 4개사를 합치면 11조원이 넘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