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udy 애자일 경영(2)

'애자일'도입 성공한 오렌지라이프
'速者生存' 디지털경제…혁신 키워드는 '민첩한 조직'

기업 경영자의 공통 화두는 ‘조직혁신’이다. 신생 기업의 빠른 시장 진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애자일 조직의 등장으로 조직을 혁신하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기 때문이다. 과거 기업들은 운영 혁신을 위해 도요타의 ‘린(군살을 뺀)’ 생산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이제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애자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업계에서 대두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중 하나다. 시장환경 변화와 고객 요구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장점이 알려지면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IT 기업을 넘어 대기업과 보수적인 금융권도 체질 변화를 위해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 최적화된 애자일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뒤 자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애자일 경영의 대표 사례인 오렌지라이프는 애자일 조직 도입에 앞서 6개월가량 준비 기간을 거쳤다. 컨설팅사에 의뢰해 애자일의 적용 효과가 있을지 분석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을 비롯해 애자일 활용으로 효과를 본 기업을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자사에 맞는 애자일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애자일 도입 후에는 애자일 방식과 부서별 적용 방법을 알려주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 조직은 크게 대조직인 세 개의 트라이브(tribe) 아래 18개의 스쿼드(squad)로 구성돼 있다. 임원-부서장-중간관리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철폐하고, 모든 업무를 상하 관계가 없는 수평적 팀으로 바꿨다. 조직 구성의 뼈대는 네덜란드 ING은행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체계는 같지만 방법론보다 오렌지라이프만의 ‘애자일스러움’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애자일 첫 도입 시점인 2018년 4~12월을 애자일 1.0(조직 안정화), 2019년 1월부터 애자일 2.0(조직 문화 내재화)이라고 칭하며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速者生存' 디지털경제…혁신 키워드는 '민첩한 조직'

오렌지라이프가 국내에서 전사적 애자일 도입에 성공한 비결은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내적 동기를 지닌 직원들의 주도적인 실천, 충분한 준비를 통한 커스터마이징으로 요약된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는 ‘애자일 전도사’로 불릴 만큼 애자일 전환에 팔을 걷어붙였다. 동시에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내적 동기가 충만한 직원들을 애자일 코치로 육성했다. 방법론보다 오렌지라이프만의 ‘애자일스러움’을 정착하려고 노력한 점도 성공 비결이다. 지금도 세계 많은 기업이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방법을 따라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조직을 애자일하게 변화시키고 싶다면 스포티파이의 모델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태도를 따라야 한다. 스포티파이 모델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처한 환경, 그들의 경험과 역량에 맞게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발전시켜온 것이다. 오렌지라이프는 방법론보다 그 태도를 배우려 노력했다.

매년 세계 애자일 적용 현황을 조사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애자일을 도입할 때 가장 큰 어려움’ 1~3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있다. 애자일 철학과 맞지 않는 조직문화와 경영진의 관심 부족이다. 스콧 로즈 콜래브닷넷 제품개발담당 수석이사는 “애자일 도입 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 중 도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 문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95%”라고 말했다. ‘애자일 도입에 적합한 문화’라는 대전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애자일 도입은 실패할 게 뻔하다. 업무와 조직 특성에 따라 애자일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애자일은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창의력이 중요한 현장, 변화가 심한 조직에 도입해야 좋다. 예를 들면 고객 수요를 빨리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마케팅·제품·상품·서비스 개발 조직이다. 엔지니어링, 영업, 재무, 인사 등 지원부서에서도 프로세스 개선에 애자일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점진적 변화와 빅뱅 방식 중 어떤 게 맞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없다. 오렌지라이프는 점진적 변화를 추구했고, 네덜란드 ING은행은 빅뱅 방식으로 애자일 혁신을 추진했다.

국내 기업들의 애자일 도입 현상은 바람직하다. 최근 경영계의 고민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인데, 애자일이 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심사숙고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주객전도가 돼선 안 된다.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보다 ‘왜 도입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BPR(업무프로세스혁신), 식스시그마 같은 ‘방법론이 주인이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애자일 도입 이유는 속자생존(速者生存)의 시대에 발맞춰 ‘조직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바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고 실행력을 높여나가 단기적으로는 ‘빠른 성과 도출’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조직문화의 변화혁신’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둘째, 애자일을 도입해 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애자일이란 ‘수단’은 전략에 맞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유명한 조직학자인 챈들러는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올바른 전략 뒤에 올바른 애자일 조직이 따른다. 존슨앤드존슨 CIO이자, 애자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인 스튜어트 맥기건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를 이용해 J&J의 IT를 변혁시켰다. 그 역시 “기술전략 같은 건 없다. 기술 컴포넌트를 가진 비즈니스 전략만 있을 뿐이다. 애자일은 비즈니스 전략과 비즈니스 목적의 맥락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혁신의 솔선수범 주체는 최고경영진과 임원이 돼야 한다.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아지고 밀레니얼 세대가 워라밸을 외치는 이면에는 그들이 몰입할 수 없는 과거형 조직구조와 리더십에 그 문제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고용 안정성, 생계유지 등에 가치를 덜 둔다. 그 대신 자율성, 권한 위임, 보람 있는 일 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애자일형 조직 개편과 함께 최고경영진과 임원, 팀장이 애자일형 리더로서 사고방식과 행동을 철저히 바꾸는 게 중요하다.

'速者生存' 디지털경제…혁신 키워드는 '민첩한 조직'

애자일이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디지털경제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구성원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협력, 수평적인 조직 구조, 자기 주도적인 팀 운영, 탐색적 실험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 애자일이 지향하는 방식은 혁신을 위한 실천적인 방법론을 제공한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 왜 애자일을 도입하려 하는가. 애자일 도입을 통해 어떤 기대효과를 얻고 싶은가. 그 효과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필요한가. 애자일 도입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질문들이다.

이재형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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