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거침없이 성장하던 인도 자동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경제 성장 둔화, 차량 가격 상승. 총선 정국 등이 겹치면서 최근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TNN통신, 더위크 등 인도 현지 매체는 14일 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 통계 등을 인용해 지난 4월 인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하 상용차 제외)이 24만7천541대로 작년 4월(29만8천504대)보다 17.1%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는 "이는 2011년 10월 20% 감소율 이후 8년 만에 기록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라며 "자동차 시장은 작년 7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장 판매 1위 마루티-스즈키의 4월 판매량이 작년보다 19.6% 줄었고, 2위 현대차의 판매도 4만2천5대로 작년보다 10.1% 감소했다. 판매 순위 5위 업체인 혼다만 '뉴 혼다 시빅' 출시 효과에 힘입어 작년보다 23.3% 증가했을 뿐 주요 업체의 판매량은 모두 크게 줄었다. 더위크는 연간(2018년 4월∼2019년 3월) 판매 증가율도 2.7%에 그쳐 지난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0년이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하던 인도가 최근 이처럼 주춤한 것은 무엇보다 소비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작년 2분기 8%대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이후 7%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2월 산업생산지수는 최근 20개월 중 가장 낮은 0.1%를 기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7.4%에서 7.3%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6%대로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보다 3배가량 높아졌으며, 농가 부채 문제도 악화하는 등 소비자의 가용 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자동차 보험 규제 강화 등으로 차량 가격이 인상되고 총선 정국을 맞아 소비 활동이 더욱 위축되면서 자동차 판매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RC 바르가바 마루티-스즈키 회장은 "앞으로 몇 달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과감한 마케팅을 통해 위기를 이겨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는 인도 진출 이후 처음으로 최근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를 펼치고 있다. 이 광고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뛰어넘어 첨단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를 이끌어나가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았다. 아울러 현대차는 조만간 출시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베뉴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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