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호텔 문을 연 이듬해인 1980년 초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호텔 내 한 사업부로 시작했다.

백화점의 장점을 그대로 옮겨다 놨다. 이전까지 다른 국내 호텔들이 운영하던 면세점은 기념품 가게 수준이었다. 롯데면세점은 백화점처럼 크고 깨끗했다. 국내에서 제조한 ‘토산품’뿐 아니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팔았다. 공간은 널찍했고 외국어가 가능한 전문 판매 직원들이 상주했다. 면세점은 ‘대박’이 났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면세점에 잘 들어가지 않는 명품 브랜드도 입점할 정도였다. 명품 브랜드는 1980년대 중반 줄줄이 입점했다. 현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으로 불리는 이곳은 단일 면세점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낸다. 작년에만 4조원을 넘겼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약 7조5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호텔 기념품가게로 시작한 면세점…세계 1위 넘본다
한국 면세점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한 해에만 172억3817만달러(약 19조23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34%나 매출이 뛰었다.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기준 17.9%. 세계 1위다. 2위 중국(8.4%)과는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한국 면세점의 ‘황금기’는 롯데와 신라가 주도하고 있다.

롯데는 명동본점을 시작으로 부산, 제주 등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국내 매장만 여덟 곳이다.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2013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백화점식 면세점을 들고 나갔다. 이후 미국 괌, 일본 간사이공항 등으로 확장했다. 작년에는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국내 8개, 해외 12개 등 총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신라는 롯데보다 6년 늦은 1986년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해외 성과는 롯데보다 먼저 냈다. 작년 해외 매출 1조원을 처음 달성했다. 롯데도 아직 이르지 못한 실적이다.

2014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진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2017년 홍콩 첵랍콕공항 내 면세점 사업을 추가로 따냈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비롯해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 면세점을 모두 입점시켰다. 마카오 공항면세점, 태국 푸껫 시내 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 면세점 등도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조233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37.7%나 증가했다. 올해는 5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와 신라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매출 기준 각각 2위와 5위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