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체들이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각 사 제공 >
배달앱 업체들이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각 사 제공 >
"'배달의민족'에서 치킨을 사흘 연속 1000원에 시켜 먹었습니다."(20대 소비자 A씨). "'요기요'에서 치킨 7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고 하기에 요즘 '광클(빠른 속도로 클릭하는 것)'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30대 소비자 B씨)

최근 20~30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배달앱에서 누가 얼마나 더 할인을 받아 구매했는지가 화제다. 할인 혜택이 한정적으로 제공되는 탓에 쿠폰을 받기 위해 앱을 지워 스마트폰 속도를 올린다거나 최적화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확률을 높이는 방법 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을 정도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등 배달앱 업체들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인 할인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불사하는 등 소비자 확보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배민은 현재 '배달의민족 안 써본 사람을 찾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신규 주문 시 1만원 쿠폰 무료 제공 후 추가로 1만원 쿠폰 2개 무료 제공 혜택을 소비자에게 주고 있다. 요기요는 5월 한 달 동안 bhc치킨·네네치킨 등과 함께 2000~3000원 할인 쿠폰을 발급하는 행사를 연다.

배달앱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은 지난달 본격화 됐다. 배민이 지난달 15일부터 '멕시카나'·'또래오래' 등 5개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을 주문하면 1만6000원을 할인해 사실상 '0원'에 제공하는 '치킨0원' 이벤트를 실시하면서부터다. 이 이벤트 마지막 날에는 주문이 124만건이나 몰리면서 평일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부터 '반값할인'으로 꾸준히 신규 고객을 끌어 모으던 요기요는 치킨 7000원 할인 쿠폰으로 배민의 이벤트에 맞불을 놨다. 처음에는 쿠폰 할인액이 4000원이었지만, 배민이 선착순 5000명에게는 무료 및 6000원 할인 쿠폰을 발급하자 요기요가 할인액을 7000원까지 높인 것이다.

치킨쿠폰이 흥행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타임할인' 이벤트로 전선이 옮겨 붙었다. 배민이 지난달 22일부터 한 주 동안 '한식'과 '분식'의 모든 메뉴를 최대 8000원까지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급하기 시작한 것. 이에 요기요 역시 비슷한 시기 한식과 분식 메뉴를 최대 8000원까지 할인해주면서 맞불을 놨다.

이벤트 효과는 뚜렷하다. 배민은 지난 3~4월 주문 건수가 585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5% 증가했다. 배민 관계자는 "최근 이벤트 효과로 신규 방문자 유입이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요기요 역시 같은 기간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0%가량 증가했다.

두 업체는 이러한 이벤트를 연중행사로 진행하면서 올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할인 이벤트의 경우 가맹점주에 비용 부담을 시키지 않기 위해 본사와 배달앱이 할인 금액만큼의 비용을 떠안고 있어서다. 실제 치킨 이벤트 발생 비용의 절반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나머지 절반은 배달앱 업체에서 부담했다.

이 때문에 요기요는 이미 올해 1000억원의 마케팅비를 책정했고, 지난해 320억원의 비용을 쓴 배민(우아한형제들)은 올해 그 이상의 마케팅비를 사용할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