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출통상대응반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첫 회의 때의 모습.  /한경DB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출통상대응반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첫 회의 때의 모습. /한경DB
산업통상자원부가 며칠 전 4월 수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지요. 작년 12월(-1.7%)부터 5개월 연속 줄어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생산·투자·고용 등 다른 경제 지표가 안좋아도) 수출만은 견조하다”고 말했는데, 상황이 확 달라진 겁니다.

그런데 매달 1일 발표하는 잠정치와 15일 공개하는 확정치를 비교해 보니, 적지 않은 차이가 나더군요. 문제는 언론에서 1일 나오는 잠정치에만 주목할 뿐 15일의 확정치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죠. 수출 확정치의 경우 별도 자료를 내지 않는데다, 이미 잠정치를 갖고 기사를 크게 다뤘기 때문이죠.

작년 수출 잠정치 대비 확정치는 대부분 감소했습니다. 1~12월의 월별 잠정치 대비 확정치가 줄어든 경우는 총 9차례에 달했습니다. 작년 2월과 12월엔 잠정치와 확정치간 차이가 0.9%포인트나 됐습니다. 월평균 수출액이 약 500억달러란 점을 감안할 때, 확정치 수출액이 보름 전에 비해 4억~5억달러 적었다는 의미입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실제 수출이 훨씬 적었는데도 언론이 주목하는 1일 잠정 실적이 유독 많았던 겁니다.

작년에 월별 확정치가 잠정치보다 좋았던 적은 단 두 번뿐이었고, 차이는 둘 다 0.1%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올 들어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됐습니다. 1월엔 수출 잠정치가 -5.8%였는데, 보름 후의 확정치는 이보다 나쁜 -6.2%였죠. 2월 역시 잠정치 -11.1%, 확정치 -11.4%였습니다. 3월(-8.2%)엔 잠정치와 확정치가 같았구요.

산업부는 “수출업체들이 신고 서류를 작성했다가 선적을 취소하거나 서류상 단위를 잘못 표기하는 사례가 많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달 수출 실적을 고의로 부풀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겁니다. 또 “산업부는 관세청에서 일방적으로 받는 자료를 가공해 발표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산업부는 무역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입니다. 수출을 독려하는 민·관 회의도 연달아 열고 있지요. 고위 관료들은 기업 수출을 늘리기 위해 수출 현장을 방문하거나 여러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합니다. 작년 말 ‘연 6000억달러 수출 돌파’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부가 기업을 돌며 수출 확대를 독려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수출이 나빠진 이유 중에 작년 말 실적을 지나치게 많이 앞당겨 잡았던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산업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가별 수출 통계’에도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 자료를 보면, 작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수출 실적은 1001억원이었습니다. 똑같은 표에는 동등한 위치에 베트남 수출액이 486억달러로 기재돼 있지요. 그런데 베트남은 아세안 가입국입니다. 아세안 실적에 베트남이 이미 포함돼 있는데도, 중복으로 잡힌 겁니다. 지난달만 해도 아세안 전체 수출은 79억달러였는데, 이 중 베트남 수출만 절반 이상인 41억달러였습니다.

아세안 수출 실적이 매우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베트남 실적이 아세안 수출을 견인했던 겁니다. 역으로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아세안 가입국(인도네시아 태국 등 9개국)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세안 수출이 커 보이는 착시 효과’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출은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40~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큽니다. 요즘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 심리’를 좌우하는 요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정확한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적기에 최선의 대책을 내놓지 못할 수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