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문재인 정부를 꼬이게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한 게 잘못이라고 보고 있지만, ISD에서 이기려면 이를 뒤집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에 제기한 ISD와 관련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출한 진술을 확보했다며 3일자로 이같이 보도했다. PCA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규칙에 따라 ISD 등을 놓고 국제 중재를 하는 기관이다. 중재 절차는 작년 시작됐으며 2년여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엘리엇이 PCA에 제출한 진술에 따르면 엘리엇은 한국 정부에 총 7억1800만달러(약 839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손해배상분 5억8130만달러에 지난 3월 말 기준 이자 1억3670만달러를 합한 금액이다. FT는 “엘리엇이 진술서에 당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ISD가 문재인 정부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의 수출이 감소해 경제가 어려워진 가운데 경제의 큰 축인 대기업 연관 ISD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승소하려면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해 자가당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7년 초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자체 보고서에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언급했다. 작년엔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