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3년9개월이 되는 오는 9월 30일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여의도의 갤러리아면세점63.  /한경DB
개점 3년9개월이 되는 오는 9월 30일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여의도의 갤러리아면세점63. /한경DB
한화그룹이 면세점 사업에서 오는 9월 철수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2015년 12월 면세점을 연 지 3년9개월 만이다. 2015년 무더기로 특허를 받은 시내면세점 중 폐점하는 첫 사례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오는 9월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영업정지 일자는 9월 30일이다. 영업 종료 시점까지 세관 및 협력 업체와 협의해 면세점 영업을 원만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면세사업 특허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은 1000억원 가까운 적자 누적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향후 백화점 사업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에 집중하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적자누적 못 버텨…한화 63빌딩면세점, 3년만에 문 닫는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시내면세점이 2015년 6개에서 2018년 13개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가 발생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3년여간 누적 영업손실만 1000억원을 넘는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따이궁 특수는 주로 롯데·신라 등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면세점들의 몫이었다. 따이궁은 시내에서 상대적으로 먼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을 찾지 않았다.

면세점에서 손 떼는 한화그룹
불리한 입지에 사드 보복 겹쳐…3년 영업손실만 1000억

한화그룹은 2015년 7월 축제 분위기였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럴만 했다. 몰려드는 중국인 덕분에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소리를 들었다. 한화의 첫 서울 시내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이 들어설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외관을 빗대 “면세점이 한화의 금괴가 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 해 연말 문을 연 이후 3년여간 적자만 쌓였다. 누적 적자는 약 1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한화는 29일 면세점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한화가 면세점 사업에서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입지 탓이 크다. 한화갤러리아는 애초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을 타깃으로 했다. 문을 열 때도 “대형 관광버스 주차가 쉽다”는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커는 별로 오지 않았다. 유커의 동선에 여의도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커는 서울 시내에서 경복궁 등 궁궐과 명동 쇼핑거리 위주로 관광을 했다. 개별 중국인 관광객(싼커)도 잘 가지 않았다. 지하철역에서 멀고 63빌딩 이외에 주변에 딱히 관광할 것도 없었다. 택시비를 따로 대줘도 오지 않았다. 여의도와 연계한 관광 등은 구상에 그쳤다.

2017년 3월 중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된 뒤로는 간간이 오던 유커도 자취를 감췄다. 국내 면세점의 가장 큰 고객이 유커에서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으로 바뀔 때도 그 수혜를 보지 못했다. 따이궁은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서울 강북 지역에 있는 면세점을 주로 찾았다. 이들 면세점이 인근에 몰려 있어 상품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다른 면세점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갤러리아면세점63은 ‘나홀로 적자’를 냈다. 작년 한 해에만 300억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도 부족했다. 한화는 갤러리아백화점과 사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갤러리아명품관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 일부를 면세점에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들어오지 않았다. 이들 브랜드는 “매출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입점을 검토할 순 있으나, 그 전에는 매장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 오너들이 직접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뛸 때도 한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