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림 추가로 입맛에 맞춰 골라타는 재미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주행 감각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영원한 선두는 없다. F1이 포뮬러 E로 넘어가는 현상, 수송 에너지가 기름에서 전기로 옮겨가는 것도 대표적이다. 세단이 줄어들고 SUV가 도로 위에 많이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바뀌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회사 또한 앞다퉈 신차를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고유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세그먼트 인기와 함께 SUV 수요가 늘어나면서 짚도 랭글러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정통성을 계승하되 보다 많은 소비자를 공략할 무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짚이 내린 결론은 다양성이다. '무엇을 좋아할 지 몰라서 모두 준비했어'라는 유행어처럼 구성을 세분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짚 전략에 맞춰 국내에도 랭글러 2도어와 편의 및 안전품목을 넓힌 오버랜드 4도어, 소프트 탑을 적용한 파워탑 4도어가 새로 등장한 배경이다. 하루 종일 다양한 랭글러와 함께 각 트림별 특징과 매력을 확인해봤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발해 반환점이 있는 경기도 양주까지 랭글러 파워탑 4도어를 시승했다. 얼핏 보면 루비콘과 큰 차이가 없지만 폭넓은 편의 및 안전 품목을 넣어 사하라의 장점까지 모두 흡수했다. 특히 버튼 하나로 여닫히는 소프트탑은 인상적이다. 최고 시속 97㎞에서 2열까지 20초 만에 완전 개폐가 가능하다. 뒷유리까지 탈부착이 가능해 진정한 오픈에어링을 즐기기에 이만한 차도 없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탑을 여니 선선한 바람과 공기가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따뜻한 봄 햇살과 시원함을 맞으며 여유롭게 드라이브하는 순간은 그 어떤 슈퍼카도 부럽지 않다. 빛에 반사된 유채색 보닛과 사이드미러 뒤로 보이는 두툼한 펜더, 높은 시야도 오픈에어링의 감성을 더한다. 차를 나타내는 각종 숫자는 자연스레 의미가 없어진다.

랭글러 파워탑 4도어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20초를 투자해 톱을 활짝 젖히면 된다. 지붕이 없어지는 순간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머리 위로 스치는 바람은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와 잡념까지 같이 날려버린다. 차가 주는 감성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힐링을 경험한다. 랭글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가 파워탑 4도어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반환점에서는 간단한 구조물을 이용해 오프로드 실력을 확인했다. 좌우 고저차를 이용한 범피코스는 평지를 지나가는 것처럼 흔들림이 적었고 한쪽을 기울이거나 롤링 구간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했다. 타협을 모르는 강한 오프로드 성능은 여전히 거칠고 상남자다운 모습이었다. 4도어보다 짧은 휠베이스와 깊은 램프각을 지닌 2도어는 더욱 다루기가 쉬웠고 가뿐하게 모든 코스를 탈출했다. 웬만한 험로는 랭글러에게 적수가 되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버랜드 4도어로 바꿔탔다. 사하라 트림을 바탕으로 램프와 그릴 주변을 은색으로 바꿔 전용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고 도어 사이드 스텝과 스페어타이어 하드커버, 어둡게 칠한 18인치 알루미늄 휠은 세련된 도심형 SUV 이미지를 풍긴다. 실내는 오버랜드 자수가 들어간 고급 가죽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을 추가했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커다란 보닛 속에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 272마력, 최대 40.9㎏·m의 힘은 부족하지 않았다. 깊은 숨을 고른 후 강하게 차를 밀어붙이자 순식간에 고속 영역에 도달했다. 패널 일부를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90㎏ 정도 덜어낸 결과 이전 세대보다 경쾌하게 몸을 움직인다. 가속 성능과 함께 정숙성은 신형 랭글러를 표현하는 숨은 조력자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을 많이 잡았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을 넣어 도심 주행에 맞는 정숙성을 확보했다. 실내에는 서브우퍼를 포함한 9개의 알파인 오디오만 웅장하게 울릴 뿐이다.

제동 보조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유용했다. 커다란 덩치와 반대로 각 기능들은 섬세하게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고속 크루징을 즐겼다. 도심에 들어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도로 위 주인공이 됐다. 차에 대한 당당함과 자신감은 덤이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랭글러는 늘어난 종류 만큼 능력도 광범위해졌다. 뛰어난 험로 주파력은 그대로 간직한 채 부족했던 온로드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풍부한 편의 품목은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 없다.

오프로드 마니아뿐 아니라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 그리고 워킹맘이나 패밀리 SUV 구입을 고려하는 가장까지 어떤 위치와 상황에서든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짚의 든든한 맏형으로 랭글러의 진화는 성공적이었고 앞길도 탄탄하다. 판매 가격은 2도어가 4,640만~5,540만원이며 4도어는 4,940만~6,190만원이다.
[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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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상남자의 넓어진 스펙트럼, 짚 랭글러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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