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전, 사우스 코리아!”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의 최종 결승전. 2000년 이 대회가 생긴 이래 최초로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 모모스커피 소속의 전주연 바리스타(31)다. 여성으로선 지난해 우승자인 아니에스타 로에브스(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챔피언이다. 작은 체구에서 큰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를 관중들은 ‘작은 거인’이라고 불렀다.
전 바리스타는 “10년 전부터 세계 커피 시장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는데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 많은 전 세계 여성 바리스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노력하는 바리스타들에게 모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WBC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가 공동 설립한 월드커피이벤트(WCE)의 세계 대회로 가장 권위있는 커피 경연으로 꼽힌다. 국가별 대회에서 뽑힌 1명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1년에 1번 모여 승부를 겨룬다. 2000년부터 폴 바셋(호주), 사사 세스틱(호주), 데일 해리스(영국) 등의 스타 바리스타들을 배출했다.
WBC에는 6개의 종목이 있다. 바리스타챔피언십, 브루어스컵, 로스팅, 컵테이스터스, 굿스피릿, 라테아트 등이다. 이 중 바리스타챔피언십이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올해는 55개국에서 출전했다. 전 바리스타는 캐나다, 독일, 그리스, 인도네시아, 스위스 등 5개국 대표들과 함께 6명이 겨루는 최종 결선에 올라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첫 출전에서 결선에 올라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 바리스타는 2007년 부산 모모스커피에서 바리스타로 커피에 입문했다. 모모스커피는 부산 온천장에서 13㎡(4평)짜리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시작해 10여년 만에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로 성장했다. 원년 멤버인 전 바리스타는 입사 4년 만에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각종 커피 관련 자격증을 따고 세계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했다. “세계 커피 시장을 움직이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바리스타챔피언십 최종 대회는 15분 만에 12잔의 커피 음료를 만들고, 이를 심사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 그는 결선 대회에서 심사위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오늘날의 커피 시장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피농부와 원두 생산자, 그리고 바리스타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소통하고 있다”며 “커피 원산지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15분의 시연이 끝났을 때는 관중석 등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 바리스타는 창작 메뉴와 고객 응대 등의 부문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바리스타의 성공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가 많아 이직률이 높은 커피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모스커피는 2007년 이현기 대표가 창업했을 때부터 바리스타들의 체계적 교육과 커피 산지 연수, 각종 대회 출전 기회를 적극 지원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 산업이 10조원을 넘어서고, 브랜드가 난립하는 데도 그 동안 스타 바리스타가 탄생하지 못한 것은 커피를 장사의 수단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한국 커피의 높아진 수준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전 바리스타는 WBC의 주최 측과 향후 몇 년 간 월드 투어 등을 떠난다.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탄생하면서 커피 업계도 환호하고 있다.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불균형이 심한 한국에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우승자가 나왔고, 여성이라는 점이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한민국 커피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