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배달앱은 서비스 9년 만에 한국의 배달음식 주문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배달앱 안에는 17만여개의 배달 음식점 메뉴와 가격 정보가 들어있다. 이들 앱 안에는 매달 40만개 안팎의 '리뷰'가 올라온다. 소비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메뉴를 고른 뒤 미리 등록해 둔 신용카드로 간편하게 결제한다. 지난 9년 간 배달앱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는 우리 국민의 70%에 달한다. 지난해 8월에는 불볕 더위 속에 외출을 삼가한 소비자들이 560만명가량 주요 배달앱을 사용해 주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배달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에 비해 1년 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딜리버리히어코리아는 '속도 경영'으로 2등의 반란을 꿈꾸고 있는 업체다.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한 딜리버리히어로는 그해 한국에 진출, '요기요'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국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진출 7년 만에 약 6만개의 레스토랑을 확보하고 창업 당시 10명도 안됐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500명에 달한다. 올해는 레스토랑 수 10만개, 직원 수 800명까지 늘려 1위 업체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폐쇄성이 최대의 적"

업의 본질이 '중개'라고 결론을 내린 딜리버리히어로는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최대한 많은 음식점을 고를 수 있도록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배달앱이 주문결제에 따른 수수료로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앱에 유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결제'가 완료돼야 배달앱의 이익이 생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지 시장에 진출해 직접 앱을 만든 뒤 여의치 않을 때는 유명 배달앱을 인수하는 전략을 썼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요기요'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4년 '배달통', 2017년 '푸드플라이'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배달앱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에 이어 약 40%(요기요+배달통)로 빠르게 뒤쫓고 있다.
요기요플러스 라이더
요기요플러스 라이더
회사의 중요한 판단을 내부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소비자에게 맡기기도 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앱의 시스템을 개선할 때 소비자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청취한다. 또 불특정 소비자를 회사로 불러와 이들이 직접 주문부터 결제까지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추적·분석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손에 쥐는지부터 시선이 어느 쪽으로 가장 먼저 가는지, 앱에 어떻게 접속하는지 등 가장 원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발자와 소비자의 관점이 달라 앱 개발 이후 시행착오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국가별 우수 서비스를 서로 교차·적용해 빠르게 회원 수를 늘리는 것도 조직의 유연성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요기요'나 '배달통'에 있는 '클릭 투 콜' 서비스가 반응이 좋자 동남아 국가에도 바로 적용했다. 클릭 투 콜은 앱 안에서 클릭 한 번에 바로 전화가 걸리는 서비스다. 또 터키에서 개발한 '스페셜 오퍼' 기능을 다른 나라의 앱에도 적용했다. 스페셜 오퍼는 새로 등록된 레스토랑을 사용자에게 개선된 조건으로 '푸시'를 보내는 서비스다.

이러한 문화 덕분에 국가별 지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선된 서비스를 개발한다. 요기요는 O2O(온·오프 연계) 업계 최초로 '요기서 1초결제'(결제 과정을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것)·'1인분 주문 서비스'(1인분도 주문이 가능하게 만든 것)·'클린리뷰'(결제까지 완료한 경우에만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자동주문전달 시스템(주문이 가맹점 단말기에 바로 연결되는 것) 등을 도입했다. 자동주문전달 시스템의 경우 특허까지 등록됐다.

"배달앱 2.0 시대 준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연내 입점 레스토랑을 1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음식점은 전국 총 6만개 정도다. 올해 안에만 4만개 식당을 새로 들여와야 한다는 얘기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새로 입점하는 음식점 대다수가 지금까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던 업체라는 데 주목해, 비(非)배달 업체를 위한 원스톱 배달 솔루션인 '요고(YOGO)'를 올 상반기 선보이기로 했다.

요고는 지난해 투자한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와 협력해 개발한 전략적 협업 상품이다. 요기요와 바로고를 합쳐 요고라고 이름 붙였다. 기존에는 주문 플랫폼과 배달대행 업체마다 따로 계약해야 했다. 시스템도, 정산도 모두 별개로 진행됐다. 이와는 달리 요고는 배달 주문이 들어올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배달대행 접수로 이어지게끔 지원한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기존에는 수수료도 따로 내고, 배달대행도 따로 계약해야 했다. 주문을 받으면 포스에서 배달을 요청해야 하는데, 피크타임에는 (사업자들이) 너무 힘들었다"라며 "요고를 쓰면 시스템이 연동돼 주문이 바로 배달대행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운영비용이 확 떨어진다. 효율성이 좋고 경쟁력 있다"라며 요고에 대해 설명했다.

편의점 배달 서비스에도 나선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요기요에 업계 최초로 실시간 재고 연동 기술을 적용하고 편의점 도시락, 삼각김밥 등 편의점 음식을 배달할 예정이다. 배달서비스 품목은 추후 가공식품, 음료, 의약외품 등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물품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프리미엄 딜리버리서비스 '셰플리'
프리미엄 딜리버리서비스 '셰플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배달앱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힌트는 피자집에서 얻었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주방에서 피자를 만들어 바로 배달하는 전통적인 '주문형 매장' 방식이다. 이를 확장해 피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원하는 메뉴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란 설명이다. 권유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콘텐츠본부장은 "배달의 끝은 결국 직접 만들어서 소비자한테 전달하는 것"이라며 "셰프들이 직접 수준 높은 요리를 만들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