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가 수출에 이어 외국인 투자 등 국내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 36% 급감…1분기 31억弗…7년만에 최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FDI는 31억7000만달러(신고 기준)였다. 1년 전보다 35.7%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2년(23억5000만달러) 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유럽연합(-43.7%), 미국(-78.7%), 중국(-88.0%), 일본(-31.0%) 등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들의 FDI가 모조리 줄었다.

FDI는 지난해 3분기(-13.6%)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4분기에도 17.8% 줄었고 올 1분기엔 감소폭이 더 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역내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도 무역분쟁으로 해외 투자가 줄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제도가 작년 말 없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 상황이 특히 안 좋고 일본, 중국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며 “위기감이 크다 보니 해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FDI 부진엔 국내 경영 환경 악화가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소가 늘다 보니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기업 전체 매출의 12.0%, 고용의 5.7%를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국내 경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수출 역시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1.7%)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은 올 1월(-6.2%), 2월(-11.4%), 3월(-8.2%) 등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가 올 들어 매달 10~20%씩 줄고 있다. 이번 달도 불안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10일 하루 평균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문제는 세계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3.3%를 제시했다. 6개월 전 전망치(3.7%)보다 0.4%포인트 낮췄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