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호암상' 수상자 발표…뇌 인지활동 규명에 기여한 마빈 천 학장 등 5명 선정
삼성그룹 공익재단인 호암재단이 3일 신경과학 분야 석학인 마빈 천 예일대 학장(석좌교수)을 ‘제29회 호암상’ 수상자(과학상)로 선정했다. 앤드루 강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공학상), 오우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의학상), 설치미술 작가 이불(예술상) 등과 외국인 노동자 봉사단체인 러브아시아(사회봉사상)도 수상자로 뽑혔다.

마빈 천 학장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를 이용해 뇌 속에 저장된 이미지 정보를 컴퓨터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기억력, 주의력, 지각 등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정밀하게 분석해 인간의 인지 기능들이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규명했다. 뇌의 인지 활동을 밝혀낼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7월부터 미국 명문대인 예일대(학부)에서 학장을 맡고 있다. 예일대의 첫 아시아인 출신 학장이다.

앤드루 강 교수는 복잡한 반도체 칩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회로 설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반도체 칩의 회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조와 생산 과정을 고려한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안해 세계 반도체 설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교수가 개발한 반도체 설계 기술은 반도체 칩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세계 주요 반도체 연구소와 반도체 기업들이 표준 기술로 채택하고 있다.

광유전학 전문가인 오우택 소장은 침, 땀, 눈물 분비와 관련된 유전자 ‘아녹타민 1’과 근육의 수축, 이완을 감지하는 유전자 ‘텐토닌 3’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런 유전자들이 결손되거나 양이 적어지면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 등으로 입증했다. 신경세포의 활동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불 작가는 1980년대 말부터 실험성 높은 설치미술과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다. 1997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미래 도시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주제로 한 작품들을 통해 미술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을 듣는다.

러브아시아는 2002년 설립된 뒤 이주 외국인을 위한 무료 진료, 법률 상담, 한글 교육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 단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외국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쳐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호암상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0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과학 의학 공학 예술 사회봉사 등 5개 분야에서 성과를 낸 한국인(한국계 외국인) 또는 단체를 선정해 매년 상을 준다. 수상자는 상장과 메달(순금 50돈), 상금 3억원을 받는다. 올해 수상자를 포함해 총 148명이 259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