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유엔 회의’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가 오는 6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다. 대한항공이 주관하는 이 행사엔 세계 287개 항공사 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IATA 제74차 연차 총회.  /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 유엔 회의’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가 오는 6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다. 대한항공이 주관하는 이 행사엔 세계 287개 항공사 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IATA 제74차 연차 총회. /대한항공 제공
오는 6월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연차 총회가 열린다. 올해로 75회째를 맞는 IATA 연차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20개국 280여 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등 1000여 명이 참석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항공산업 위상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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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산업 주도하는 IATA

IATA는 1945년 쿠바 하바나에서 설립된 국제협력기구다.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스위스 제네바 두 곳에 본부가 있고, 세계 53개국에 54개 사무소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IATA는 국제항공업계의 정책 개발과 규제 개선, 업무 표준화 등 항공산업 발전과 항공업계의 권익을 대변한다. 회원 항공사들의 안전운항을 위한 감사 프로그램(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을 운영하며 안전 운항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운항 거리와 유가 등을 감안해 국제선 항공 운임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IATA는 크게 연차총회와 집행위원회, 분야별 위원회 등 3개 회의체를 통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연차총회에는 회원사 CEO는 물론 항공기 제작사와 유관업체 관계자, 언론사 등이 대거 참석한다. 연차총회에서는 IATA 결의안 채택 및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이 이뤄진다. 사실상 글로벌 항공업계의 정책이 결정되는 자리다. 전 세계 항공업계의 관심이 올해 연차총회가 열리는 서울에 쏠리는 이유다.

전 세계 회원사 대표 중 31명으로 이뤄지는 집행위원회는 연 2회 열린다. 산하 부문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편 예산과 간부 임명, 회원사 가입·탈퇴 등 IATA의 운영과 관련한 사항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전략정책위원회도 빼놓을 수 없다. 전략정책위원회는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총회를 통해 별도 선출된 11명의 핵심 위원으로 이뤄진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결정한다. 분야별 위원회는 △화물 △환경 △재무 △산업 △법무 △운항 등 6개 분야로 구성됐다. 각 분야엔 20명 안팎의 위원들이 있다. 부문별 IATA 정책과 전략 등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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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IATA 총회 주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IATA 연차총회를 주관하는 곳은 대한항공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1989년 1월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 IATA에 가입한 이래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에 노력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IATA의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 위원직을 20년 가까이 역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 회장의 이 같은 IATA 내 광폭 행보는 한국이 IATA 연차총회를 유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IATA 연차총회의 한국 유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도 동북아 항공산업의 변방이라는 선입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도 연차총회 개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끊임없이 IATA와 회원사들을 설득했다. 사상 최대 국가와 선수단이 참가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도 IATA 유치에 큰 힘이 됐다. IATA는 결국 지난해 6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74회 연차총회에서 내년도 총회 주관사로 대한항공을, 개최지로 서울(한국)을 확정했다. 알렉산드레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도 한국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은 2016년 제72회 IATA 연차 총회에서 임기 3년의 집행위원회 위원과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재선임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은 2016년 제72회 IATA 연차 총회에서 임기 3년의 집행위원회 위원과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재선임됐다.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한국은 항공운송과 물류의 세계적 허브라는 점에서 항공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예측하는 데 최적화된 곳”이라며 “한국의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대한항공이 성공적으로 차기 연차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IATA 연차총회 의장직은 주관 항공사의 CEO가 맡는 게 관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는 6월 IATA 연차총회 의장직은 조양호 회장이 맡게 된다”고 밝혔다.

IATA 총회 기간에는 또 대한항공이 주도해 설립한 국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최고경영자 회의도 열린다. 대한항공과 델타, 에어프랑스 등 19개 항공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스카이팀은 매일 전 세계에서 1만4500편을 운항하며 연간 6억3000만 명을 수송하는 대표적 항공 동맹체로 성장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반세기 만에 항공운송과 물류의 세계적 허브로 거듭났다”며 “IATA 총회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항공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