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 두 채 중 한 채의 전셋값이 2년 전과 비교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도 늘고 있다. 전세가가 10% 하락하면 약 3만2000가구(임대인의 1.5%)가 보증금 반환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값 10% 떨어지면…3만2000가구 보증금 반환 '차질'
한국은행은 최근 전세시장 상황과 관련된 영향을 점검한 결과 올해 1, 2월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전국 주택 중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한 곳의 비중이 52.0%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46.5%, 지방은 60.3%였다. 거래시점 대비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2016년 10.2%에서 이듬해 20.7%, 지난해 39.2%로 확대됐다.

한은은 임대인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만큼 전세가 하락에도 전체적인 보증금 반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임대인 중 소득 상위 40% 이상인 고소득자 비중이 64.1%에 이르고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의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반환 능력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임대인들의 금융자산이 보증금보다 많지만 그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임대인의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은 2012년 3월 71.3%에서 지난해 3월 78.0%로 높아졌다. 금융부채가 있는 임대인만 놓고 보면 91.6%에 달한다. 이들이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내주기 위해 예·적금과 보험 등 금융자산을 대부분 털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은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전세가가 10% 하락하면 전체 임대인 중 5.6%(12만 가구)는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야 보증금을 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1.5%(3만2000가구)는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지 못해 보증금 반환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가구의 반환 부족자금은 2000만원 이하가 71.5%, 2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가 21.6%로 조사됐다. 부족한 자금이 5000만원을 넘는 가구는 6.9%였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이 대부분 보증부로 취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보증금 반환 차질에 따른 신용위험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여타 보증기관 등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시장 위축이 장기화하면 금융회사의 대출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