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국내 주유소가 매년 150곳꼴로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업 중이라고 보고한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천76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만1천965곳) 대비 196곳 줄어든 규모다.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2015년 이래 4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4년 7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2천345곳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2천364곳으로 7개월여 만에 19곳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주유소 수가 줄곧 감소했다. 2016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2천160곳으로 1년 전보다 204곳이 줄었고,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2천84곳으로 또다시 1년 전보다 76곳이 감소했다. 작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1천965곳으로 나타나 1만2천개 선이 무너졌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19곳이 줄었다.

최근 4년간 연간 평균 149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과거보다 주유소의 수익성이 약화하면서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여기에 요즘에는 현금으로 주유하는 고객이 거의 없어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 요인이 된다"며 "주유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류세 구조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유류세는 ▲ 교통에너지환경세 ▲ 수입 부과금 ▲ 수입 관세 ▲ 부가세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비중이 가장 큰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수입 부과금은 유가 동향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적용되는데, 업계에선 이를 휘발유 가격 비탄력성의 주범으로 꼽아왔다. 유류세 인하 정책 시행 전 기준으로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여기에 카드사가 유류세가 포함된 전체 휘발유 가격에 신용카드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 점 때문에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 반환 소송을 내기도 했다. 또한 알뜰주유소 도입 등으로 주유소 간 경쟁이 촉진된 가운데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르면서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비싼 땅에 장사도 안되는 주유소를 운영하느니 차라리 다른 건물이 세우지 않겠느냐"면서 "실제로 중구 같은 서울 도심에는 예전만큼 주유소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의 연비 개선이나 자동차 연료 다양화 등으로 휘발유 소비량 자체가 줄어든 것도 주유소 입장에선 수익성 악화 요인이다. 실제로 대한석유협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1대당 휘발유 소비량은 1천159ℓ로, 지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최근 들어 신차들의 연비가 개선됐고, 휘발유 외에 전기·수소 등 차량의 연료가 다양화된 점 등이 휘발유 소비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 휘발유 가격 상승과 경기 위축 등이 맞물리며 과거에 비해 차량 운행을 자제하는 추세인 점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이 같은 주유소 불황은 한편으로 주유소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주유소'를 탄생시키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의 하이웨이주유소에 국내 주유소로는 처음으로 스마트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문 열었다고 밝혔다. 30평 규모의 이 주유소는 IT 기술이 접목된 카페형 콘셉트로, 주유소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기존의 주유·정비·세차 서비스는 물론 전기차 충전, 전기차 셰어링, 전기차 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 위한 '융복합 스테이션' 개발을 위해 올해 초 LG전자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밖에 GS칼텍스는 SK에너지와 주유소 거점의 택배 서비스인 '홈픽'과 주유소 내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수신, 중고물품 거래, 세탁물·물품 보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큐부'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SK에너지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과 주유소가 결합한 '복합 네트워크'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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