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스킨라빈스의 힘!…아이스크림 케이크, 中東을 녹이다
한국 배스킨라빈스가 만드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중동 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배스킨라빈스가 중동에 수출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약 38만 개, 130여억원(소비자가 기준) 규모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09년 첫 수출한 이래 매년 연평균 28%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국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다. 수출 품목은 총 13종이다. 배스킨라빈스는 5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하지만 정교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는 법인은 한국 배스킨라빈스가 유일하다.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1987년 독자 기술로 국내 최초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들었고, 이후 기술 발전을 거듭해 미국 본사에 역수출한 성과도 있다”며 “더운 날씨로 아이스크림 소비가 많은 중동 지역은 10년째 고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법인,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

한국 배스킨라빈스의 힘!…아이스크림 케이크, 中東을 녹이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 던킨브랜즈가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985년 합작회사인 비알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에 들여왔다. 비알코리아는 현재 SPC그룹이 지분 66.67%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1986년 서울 명동 1호점을 내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 슈퍼마켓에서 팔던 아이스크림보다 가격이 2~3배 비싸 잘 팔리지 않았다. 성수기와 비수기도 뚜렷했다.

비알코리아는 1987년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 비수기를 극복할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이후 10년간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1996년 음성공장을 신축해 아이스크림 케이크 옆면에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인크레더블 케이크’를 개발,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96년 연간 40만 개였던 아이스크림 케이크 판매량은 5년 만에 연간 200만 개로 급증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은 배스킨라빈스의 성수기도 바꿔놓았다. 생일 등 기념일과 연말 행사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며 1년 내내 잘 팔리는 제품이 됐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판매량이 무더운 7~8월보다 많을 정도다.

‘일부다처제’ 등 대가족 문화도 영향

2009년 시작된 중동 수출은 한국 배스킨라빈스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덕분이다. 통상 공장에서 얼음처럼 딱딱한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자를 때 칼날이 휘거나 부러질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연구진은 특수 커팅 칼날과 미끄럼 방지 장치 등을 개발했다. 높은 수압으로 영하 20도의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순간적으로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인 ‘워터컷’도 2011년 한국 배스킨라빈스가 자체 개발했다. 이 기술로 조각 케이크를 여러 개 잘라 구성한 ‘와추원 케이크’는 출시 한 달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미국 본사와 중국, 중동 등에서도 수입 요청이 쇄도했다.

중동에 수출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한국의 음성공장에서 제조돼 완제품 형태로 수출된다.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더 낮은 영하 4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특수 냉동 컨테이너 ‘매그넘 리퍼 컨테이너’로 운송한다.

중동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잘 팔리는 이유로는 날씨 이외에 일부다처제로 인한 대가족 문화도 꼽힌다. 1년 내내 생일파티 등이 끊이지 않고, 1회 구매 때 대형 케이크를 찾는 수요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맞춰 비알코리아는 국내 표준 제품보다 크기가 약 30% 이상 큰 대형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캐러멜과 각종 너츠 등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클래식한 맛에 세련된 디자인을 입힌 것도 중동 매출이 증가하는 배경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