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왼쪽 네 번째)이 1995년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두산 제공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왼쪽 네 번째)이 1995년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두산 제공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야구광(狂)’이었다. 프로야구단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를 창단했고, 어린이 회원 모집, 2군 창단에도 가장 먼저 나섰다.

박 명예회장이 1982년 창단한 OB베어스는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팀이었다. OB베어스는 한국시리즈 원년(1982년) 우승을 거머쥔 이후 명문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야구 사랑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전지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선수들의 이전 시즌 기록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2008년 4월 17일 77세 희수연 때는 자녀들로부터 등 번호 77번이 찍힌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선물받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늘 인화를 강조했다.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 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했다. 두산베어스가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박 명예회장의 평소 지론과 맞닿아 있다. 1군 선수가 난조를 보이면 2군에서 실력을 다진 선수가 즉시 투입된다. 스타 선수 한두 명에 의존하기보다 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룹의 DNA가 선수단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게 야구계 안팎의 평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