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경유세 인상을 권고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환경 보호를 위해 경유차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게 재정특위 논리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경유세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유세 인상' 논란 또다시 불붙나
재정특위는 26일 재정개혁보고서에 ‘미세먼지 저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유세를 올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최병호 재정특위 조세 소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휘발유 대비 경유의 가격 수준은 100 대 85”라며 “미세먼지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경유 상대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은 각각 L당 529원, 375원이다.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형 트럭 등을 운행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경유차 운전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돼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세가 오르면 유가보조금을 받는 화물차는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이조차 받을 수 없는 소형 화물 자영업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역진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2017년에도 공청회 등을 통해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다 반대 여론이 빗발치자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경유차와 미세먼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국 기준으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 비중은 공장 등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에 이어 네 번째인 11%에 불과하다. 독일에선 경유차가 2001년 646만 대에서 2016년 1453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미세먼지 배출량은 20년 전보다 65% 줄었다.

재정특위가 보고서에 ‘경유세 인상’ 대신 ‘상대 가격 점진적 조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정특위 소속 한 교수는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와중에 경유세까지 인상하면 민심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는 유가보조금 인하를 시사하는 권고도 담겼다. “유가보조금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소에 매기는 세금은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