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슨모빌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기관투자가들의 요구가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들이 온실가스 문제를 이유로 경영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엑슨모빌 "큰손들 경영 간섭 막아달라" SOS
뉴욕주 퇴직연금펀드, 영국성공회,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캘퍼스) 등 엑슨모빌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은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엑슨모빌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제시하고 이를 고려해 경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투표에 부치려 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이 서한에서 주주들의 제안은 “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상적인 운영에 대해 주주들이 일일이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셈”이라는 우려다. 또 이미 자신들이 파리 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주들을 규합해 기업들에 압력을 넣고 있는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원장은 “엑슨모빌이 중대한 기후 리스크 우려에 대해 주주들이 투표할 권리를 부정하려 든다”며 “근시안적이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되받았다. 캘퍼스 역시 “중요한 토론을 해야 하는데 SEC가 (엑슨모빌의) 후견인 노릇을 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네덜란드 로열더치쉘과 영국 BP가 주주 제안을 받아들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이런 목표 달성과 연계시키도록 한 점을 들어 엑슨모빌도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원자재 생산업체 글렌코어는 영국성공회 등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향후 석탄 생산량을 올해 생산량 수준인 연간 1억5000만t으로 제한하겠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