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19.02.16 12:44
수정2019.02.16 13:38
트럼프도 쩔쩔매게 만들어
협상 끝나고도 이행 조건 내걸어 상대 압박
해외 투자, 샤프 인수 등에서 이득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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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核담판 앞둔 트럼프 "단지 실험 원하지 않는다" 언급 '미묘'
美 한반도 전문가 "北이 비핵화 안해도 신경 안쓴다는 의미" 비판전임정부 실패전철 안밟겠다지만…美조야서 비핵화협상 기대치 하향조정 우려제기'서두를 것 없어' 속도조절론…'빈손회담' 역풍 의식 속 대외적 목표치 낮추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놔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핵 담판에 앞서 최종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마련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평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대한 낙관론을 펴는 과정에서 나왔다.그는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많은 것이 이뤄졌다"며 로켓·미사일, 핵 실험 중단과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억류자 송환 등을 거론한 뒤 하노이 회담도 성공하길 바란다면서도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그리고 나서 불쑥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서두를 것은 없다'는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말린 채 끌려 다니기 보다는 비핵화 견인의 무기로 삼아온 대북제재 등을 고리로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즐겨 써오던 표현이다.2차 핵담판과 이를 위한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후속 실무협상에 앞서 북한을 향해 이러한 미국의 스탠스를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제재는 그대로 있다.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제재' 이야기를 꺼냈다.또한 미국의 전임 정권들이 과거 북한에 실익 없이 '퍼주기'를 하며 이용당해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단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미사일 실험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온 기존 발언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긴박한 우려사항인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상황에 강조점을 두면서 시간을 두고 협상을 미국 주도로 끌어가겠다는 뜻을 보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비핵화 협상의 특성상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단시일내 가시적 결과물을 요구하며 '성과 부진'을 지적하는 미국내 여론에 반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이러한 미국내 여론을 의식한 '대외적 목표치 낮추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자칫 목표를 높게 설정했다가 이에 못미칠 경우 '빈손 회담'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더욱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협상이 잘돼 가시적 성과를 얻어낼 경우 '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여기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웠다가 구체적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미국내 비판에 처한 1차 회담 때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그러나 가뜩이나 미국 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은 가운데 목표치를 낮춘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조야 일각에서 나왔다.미국이 '핵 동결'과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해외반출 등을 입구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로 선회한 듯한 전략적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 가운데, 이날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핵동결' 보다도 낮은 단계인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현상유지만 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이는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될 경우 결국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는 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지난 6∼8일 '평양담판'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밀당'을 통해 의제별 내용을 조율하고 공동성명 성안 작업을 시도할 후속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자칫 미국측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실제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인용한 뒤 "이는 매우 시사적"이라며 "내가 전에 말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데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이어 "문제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 역시 그러느냐의 여부"라고 덧붙였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윗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를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decent chance of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썼다가 미국내 일부 언론들로부터 "골대를 옮겼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북한의 핵 위협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위협이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이러한 미 조야 안팎의 우려는 미국 측이 최근 2차 핵담판을 앞두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당초 목표치에 비해 비핵화의 눈높이를 다소 낮춰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있다.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금주 유럽 순방길에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제재 문제와 관련해 한층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비건 특별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천명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로의 선회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 "(핵·미사일 시험의)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일차적으로 '핵동결'과 본토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같은 잠정조치를 이끌어내는데 우선 협상력을 모으고 있다는 관측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일각에서는 이날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은연 중에 반영한 것이라면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실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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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런정페이가 통신장교 출신? 화웨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요즘 기사를 쓰기만 하면 악플이 달리는 주제가 있다. 바로 화웨이다. 우호적인 기사는 물론, 네티즌들의 기준에 비춰 조금이라도 덜 비판적이면 "기자는 화웨이에게 얼마나 돈을 받았느냐" 등의 악플이 달린다.기사에 악플이 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자 개인으로도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다만 중국 산업의 한국 추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그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화웨이를 왜곡된 시선으로 보려 하는 것은 우려된다. 적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된 대응을 할 수 있다. 상대가 중국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소비자 제품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을 축적한 것은 중국에서 사실상 화웨이가 유일하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술을 훔치는 것으로 가능했다면 다른 중국 기업들은 왜 안되고 화웨이만 가능했을까. 그같은 차별성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런정페이가 통신장교 출신?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는 1968년에서 1982년까지 군 복무를 했다. 1944년생이니 30대 후반까지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군에서 보냈다.이와 관련해 국내 매체들은 통신장교 출신이라고 흔히 서술한다. 간혹 정보장교 출신이라고 쓰는 곳들도 있다.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 런정페이의 군 생활은 중국 내 여러 문헌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통신이나 정보 관련 업무를 했다는 내용은 없다.고등학교를 졸업해 충칭 건축공정학원에 그는 이후 군대에서도 건축 관련 업무를 했다. 병과 자체도 건축병.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공병의 그것이다.런정페이의 군 복무 당시 중국은 전문적인 엔지니어링업체가 드물었던만큼 공장이나 사회 인프라 건설에 자주 동원됐다. 군에 입대해 첫번째 담당한 업무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석유 정제 설비를 중국 동북지역의 랴오양에 설치하는 일이었다.1982년 군을 제대해서는 난하이석유의 선전 지사에 입사했다. 당시 군 현대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감군을 하던 중국은 제대 군인들의 직업까지 알선해줬다. 그의 난하이석유 입사는 군 시절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런정페이가 통신장교, 혹은 정보장교라고 규정하는 것은 화웨이의 성장 과정에 중국 군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냄새를 풍긴다. 당시 습득한 지식이나 구축한 인맥이 화웨이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시각이다.하지만 여러 가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런정페이는 일반적으로 아는 공병에 가까웠다. 물론 젊은 시절 다른 중국인들에 비해 기술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것은 런정페이 개인적으로 큰 자산이었을 것이다.하지만 팩트가 아닌 것인 아닌거다.화웨이가 군 소속 기업?국내 매체에는 런정페이가 출신 성분 때문에 핍박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아버지는 국민당 국영기업 간부 출신으로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런정페이 역시 나쁜 출신 성분으로 홀대를 받았다. 집안은 문화혁명 시절 흑색분자로 규정됐으며 그의 아버지도 직접적인 핍박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공산당 입당을 희망했지만 계속 반려돼다 군 복무가 끝날 때쯤에야 입당에 성공했다.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셔츠라는 걸 입어본 적이 없고, 이불을 셋이서 덮고 자라며 꿈은 하얀색 찐빵 하나를 혼자 온전히 먹는 것이었다.중국에서는 대부분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와 연관을 맺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하다.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는 일종의 농촌 공공기업인 향진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를 추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베이징시 산하 브라운관 제조업체였다. 중국 2위 TV업체 스카이워스는 국영 방산업체를 뿌리로 하고 있으며, 하이얼이 칭다오에서 노후화된 국영 냉장고 공장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하지만 화웨이는 아니다. 이후 사업 확장과정에서 지방 정부 등에 지분을 일부 넘긴 것으로 분석되지만 출발 당시에는 순수 민간기업이었다.난하이석유에 입사했던 런정페이는 계약 과정에서 생각지 않은 문제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그는 사직서를 내고 1987년 화웨이를 차렸다. 이제 막 가정에 유선전화가 보급되고 있던 중국 사정에 맞춰 선전에서 가까운 홍콩에서 전화 중계기를 수입해 파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당시 43세의 런정페이는 이혼 당한데다 고혈압에 당뇨를 앓고 있었다.대부분의 기업이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가운데 민영기업이라는 사실은 곧 불이익을 의미했다. 초기 화웨이는 일종의 거주 자격증인 후커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기능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보안도 취약했기에 연구 중인 시제품이나 에어컨 등이 좀도둑에게 털리기도 했다.여기까지가 공식적인 기록이다. 논란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30여년 전 기록을 조작했을까? 중국군이 화웨이가 오늘날의 위치까지 성장할줄 미리 알고 정체를 위장하기 위해 30여년 전에 이미 갖은 술수를 썼던 걸까?화웨이의 성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 때문?계획경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중국에서 정부는 특정 산업을 집중 지원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조선과 철강 등 중공업, 최근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다.화웨이는 중국 전자산업 중 가장 글로벌 경쟁력 있는 기업이지만 애초에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회사는 아니었다.1996년 중국 정부는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 중국 기업들의 이름을 올리겠다"며 6대 지원 기업을 발표했다. 전자산업에서는 스카이워스와 하이얼이 선정됐다.화웨이의 주력 사업인 통신설비 영역에서도 화웨이는 정부의 중점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선전에는 ZTE가 국유 기업에 뿌리를 뒀고, 지금은 시장에서 잊혀졌지만 베이징 산하 기업에서 출발한 다탕은 2003년 중국 독자 3G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상대적인 불이익을 이겨내기 위해 화웨이는 지방 정부를 돌며 합작업체를 차렸다. 화웨이의 지분을 지방 정부 산하 공기업에 넘기는 방식으로 합적업체를 만든 뒤, 일정 정도의 수익을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방 정부가 자신들과 관계를 맺은 화웨이를 밀어주면 본인들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신규 수주를 맡기는 것은 물론, 기존 설비를 일부러 화웨이의 것으로 교체하기도 했다.스촨성 전신국에 33%의 확정 수익률을 약속하며 1996년 합작사를 차려 이듬해인 1997년 스촨성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25%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같은 방식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중국 내 1위로 성장했다.지방정부가 화웨이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전략을 짰다는 점에서 결국 이 역시 화웨이가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처음부터 화웨이를 점 찍고 전폭지원한 것이 아니라 국영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의 생존을 모색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서 화웨이 장비는 문제 없나화웨이에 대한 주된 의혹 중 회사내에 당 위원회가 조직돼 있어 화웨이의 일상 경영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 의회의 관련 청문회 때도 제기됐던 의혹이다.하지만 중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는 의무적으로 해당 조직을 둔다.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들의 대규모 사업장에도 조직돼 있다. 이들의 업무는 직원들의 권익과 관련한 제안을 사업체에 하는 것으로, 노조인 공회가 유명무실한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고 하기 어렵다.역시 미국 의회의 해당 청문회에서는 국가 보안과 관련한 정보는 기업이 모두 넘기도록 중국 법에 규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16년 폐지됐다.그렇다고 해서 화웨이 장비가 전혀 문제 없는 것일까.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공산당이 입법 사법 행정 등 국가 전반을 통제하는 국가에서 기업이 정부 혹은 공산당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 위원회가 화웨이 안에 있든 없든, 정보 이전에 관한 내용이 법에 규정돼 있든 없든 중국 정부는 화웨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부분은 카카오가 한국 수사당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넘길 수 밖에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드웨어 업체인 화웨이가 자사이 통신장비에 실제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한 부품을 설치했다는 것은 규명된 적이 없지만 말이다.문제는 "왜 화웨이인가"다화웨이 장비의 보안성이 에릭슨이나 삼성전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증언은 없었다.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스파이 칩 등을 설치했다면 에릭슨 등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 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경쟁자의 가장 큰 약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화웨이가 유독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와 연결된다. 많은 국가들이 중국에 느끼는 불신과 위협감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정부가 활용하기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기술 절도 등이 밝혀진 적이 있지만 중국 기업이 아니었다면 화웨이가 중국 기업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화웨이는 중국 국내에서도 불리한 조건을 부단히 극복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화웨이보다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많지만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 상품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은 일찌기 없었다. 중국인들이 사석에서 만나면 알리바바나 텐센트보다 화웨이를 '중국의 자랑'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하지만 화웨이가 중국 기업인 이상 이같은 장점들은 모두 가려진다. 정부 지원이 적었다지만 중국 기업 중에서 그런 것이고,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해서는 전기료 및 수도료 할인부터 적지 않은 지원이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마오쩌둥 사상을 열심히 공부한 런정페이는 일상적인 경영 및 대화에서도 마오쩌둥의 말과 전략을 자주 인용한다. 중국이 아니었다면 단순히 자국 정치인의 사상을 경영에 적용한다고 해서 국가와의 관계 등을 의심 받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화웨이는 중국 기업들이 성장해 가면서 태생적으로 맞닥드리는 일종의 한계를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신뢰도와 투명도가 기업에도 적용돼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이는 중국이라는 국가나 정부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는 가까운 시간 내에는 불가능하다.중국 기업의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의 성장과 상관 없이 그들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선전= 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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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노리는 트럼프, 장벽 대치 속 '국가비상사태' 승부수
러시아 스캔들·민주당 공세 강화에 비상사태 선포로 역전 시도민주당, 즉각 강력 반발…위헌소송 등 총공세로 美 정국 '격랑' 예고공화당 하원의원들도 고민…美언론 "정치적 수류탄 넘겨받은 셈"민주당과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극한 대치를 벌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재선 가도에 중대 승부수를 띄웠다.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공세 강화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대선공약이자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이민정책을 고리로 재선을 위한 강공에 나선 것이다.그러나 민주당이 당장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겠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국가비상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미국 사회를 뒤흔들 것으로 관측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재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야가 합의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국가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꺼내들어 상황 역전을 시도한 셈이다.국경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는 민주당이 올해부터 하원을 장악한 뒤 이뤄진 첫 일전(一戰)이다.셧다운 재연으로 인한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에는 어쩔 수 없이 서명하지만, 패배했다는 인상을 줄 수는 없다는 게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이번 싸움이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결심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내년 11월 있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건건이 발목을 잡고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에 집중해 정권을 탈환한다는 목표를 잡아놓고 있다.따라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 국면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특히 국경장벽 건설은 북미정상회담 같은 외교적 현안과는 다르게 미국 유권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치적 소재다.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민주당과의 대립각을 한층 선명하게 해 재선 가도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현안인 셈이다.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승리로 귀결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당장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명의로 성명을 내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며 강력 반발했다.민주당은 곧 위헌 소송을 제기해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부각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헌법 1조는 입법부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9절 7항에는 "국고는 법률이 정한 지출 승인 절차에 따라서만 지출할 수 있다"고 돼 있다.CNN은 이에 대해 "행정부가 원하는 것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국고를 실제로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의회라는 뜻"이라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민주당은 위원장을 독식하고 있는 하원 상임위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국가비상사태 중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법사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상임위가 이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민주당 소속의 뉴욕 검사장 러티샤 제임스는 트윗을 통해 "이런 권력남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 싸울 것"고 반발했다.국경 장벽이 건설되는 지역의 토지를 소유한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서 복잡한 법적 분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트럼프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연설에서 "국경장벽이 100% 효과가 있고 반드시 필요하며 과거 정부에서도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또 "소송도 예상한다.대법원에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의회와 법정을 막론하고 '국경장벽 여론전'이 한층 뜨겁게 전개될 것이 분명한 만큼 선제적으로 정당성 설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국가비상사태 선포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국가비상사태를 지지하자니 대통령이 예산을 원하는 대로 전용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드는 셈이 되고 반대하자니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반기를 드는 상황이라 '정치적 수류탄'을 건네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