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급 과잉과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침체에 빠졌던 조선 업황이 작년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가격이 비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가스선(LNG 운반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143억달러 규모 가스선 가운데 131억달러를 수주했다. 시장 점유율이 91.3%에 달한다. LNG의 친환경성이 부각되면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LNG선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조선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올해 작년(289억달러)보다 14.5% 증가한 331억달러 규모의 선박과 해양플랜트(원유와 가스 생산·시추설비)를 수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조선 업황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2015년 수주액(316억달러)을 웃도는 수준이다. 조선 3사의 올해 수주 목표는 업계 전망치보다 높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선박 159억달러, 해양플랜트 19억달러 등 총 178억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80억달러 수준)과 삼성중공업(78억달러)의 목표치를 합하면 336억달러에 달한다.

수주 잔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조선업 호황 시절인 2008년 687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했던 수주 잔액은 2017년 1670만CGT로 4분의 1 토막 났다. 하지만 신규 수주가 늘면서 작년 말 수주 잔액은 2070만CGT로 5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던 중국과 일본 조선소의 경쟁력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는 작년 6월 엔진 결함으로 멈춰선 뒤 운항 2년 만에 폐선하기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해외 선주들 사이에서 LNG선 등 고가 선박은 중국 조선소에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일본 대형 조선사는 항공기계와 가스터빈 등 비(非)조선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상선 건조시장에서 철수하는 분위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