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격받은 기업…고용 18%·순이익 83%↓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성장성과 수익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24일 발표했다. 한경연은 글로벌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2013~2014년 공격한 해외기업 48곳을 대상으로 경영개입 전후 3년의 지표를 분석했다. 한경연 분석 결과 공격받은 기간과 그 이듬해 고용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총 고용 인원은 공격받기 1년 전 107만7570명에 달했지만, 공격 기간에 102만5979명으로 4.8% 줄었다. 1년 뒤에는 84만557명으로 18.1%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고용 인력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2년 뒤에야 다시 늘기 시작했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도 나란히 줄었다. 설비투자는 공격받기 1년 전 393억달러에서 공격 1년 후 292억달러로 25.7% 감소했다. R&D 투자는 같은 기간 48억달러에서 41억달러로 축소됐다. 기업들이 다시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건 공격 3년 이후부터였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시켰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공격받기 1년 전 150억달러에 달했지만, 공격이 이뤄진 해에는 81억달러로 떨어졌다. 또 공격 1년 뒤에는 전년 대비 83.9% 줄어든 13억달러가 됐다. 영업이익도 311억달러에서 109억달러로 줄었다. 공격 후 3년이 지나도록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공격 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1년 전만 해도 대상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74.9%였지만, 공격 1년 이후엔 99.0%로 뛰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고용과 투자,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장기보유 주주에게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