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대에 진입했다. 2만달러를 넘어선 지 12년 만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속보치 기준 지난해 실질 경제 성장률과 환율을 감안하면 1인당 GNI가 3만1500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물가를 더한 명목 GDP로 구하는데, 작년 3분기까지의 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명목 GDP는 1795조원가량이다. 여기에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00원58전)을 적용하면 1조6313억달러다. 이를 지난해 인구 5164만 명으로 나누면 3만1580달러가량 된다.
한국은 1994년 1만달러 벽을 넘어섰다가 1998년 외환위기 때 7000달러대로 고꾸라졌다. 이듬해 1만달러를 다시 넘었고 2006년엔 2만달러대에 진입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만8000달러대로 밀렸다가 2010년 2만달러대에 재진입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국가 순위도 소폭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 기준 2017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8위다. 하지만 2017년 3만1000달러 선인 이탈리아가 지난해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0.4% 안팎에 머무른 점과 유로·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하락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이탈리아를 제쳤을 가능성도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페인은 2010년대 전후로 3만달러를 넘었지만 재정 위기 등으로 추락해 7년째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고, 독일은 3만달러를 넘은 직후 2만달러대 초반까지 밀렸다가 국가적 개혁을 단행한 뒤 재진입했다”며 “한국도 3만달러 진입에 안주해 산업과 노동 분야 등의 구조개혁에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2.7%를 기록했다. 그나마 4분기에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려 1.0% 성장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잡은 2.7%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은행이나 경제 연구기관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투자가 계속 부진하고 소비 회복은 더딘 가운데 그나마 성장을 지탱하던 수출마저 4분기에 꺾였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가 홀로 투자와 소비를 이끄는 ‘정부주도성장’이 더 뚜렷해졌다.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아진 2.3~2.6%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 돈 안 풀었으면 4분기 역성장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기준)이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당초 학계와 연구기관은 2.7% 성장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 4분기 1.0% ‘깜짝’ 성장하면서 2.7%를 겨우 맞췄다. 4분기 수치만 놓고 보면 3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3분기 0.5%에 그쳤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1.0%로 상승했고 2, 3분기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플러스로 돌아섰다.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빚어낸 작품이다. 4분기에도 민간투자는 여전히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투자가 크게 늘어나 감소분을 만회했다. 4분기 민간투자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성장을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의 투자 기여도는 0.4%포인트에 달했다.민간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하반기 들어 일자리안정자금, 아동수당 등 복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유류세를 할인하는 등 민간소비 진작에 나선 영향이 크다. 정부도 부처별 운영비를 대규모로 집행하는 등 소비를 늘렸다.연간으로 따져도 이 같은 정부주도성장 기조가 뚜렷했다. 작년 건설투자(-4.0%)는 20년 만에, 설비투자(-1.7%)는 9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소비(5.6%)는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우려했던 수출 둔화도 4분기 지표에 반영됐다. 1~3분기에 주요 항목 중 정부소비와 함께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던 수출은 4분기 -2.2%로 돌아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소한 올해 1분기까지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나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 하반기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올해 성장률 전망, 예상보다 더 낮춰야올해는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작년과 같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경제기관과 전문가는 이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로 2.6%를 제시했고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4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된 이날 NH투자증권이 2.4%,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2.3%를 내놓는 등 갈수록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잡았지만 이날 발표된 지표들의 추이를 보면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부정적 전망의 주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꼽힌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새해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의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런 흐름을 감안해 전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낮췄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 1.2%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도 20일까지 14.6% 줄었다. 특히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1월 들어 20일까지 28.8%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 감소폭을 키웠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기 부양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재정으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0.1%포인트 정도가 최대”라며 “경제활력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한 신산업 육성, 규제 개혁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22일 “글로벌 경제 하방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활력을 최우선에 둔 국정운영을 통해 충분히 대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김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사실을 지적한 뒤 이같이 말했다. 연초 수출 둔화와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제심리가 얼어붙고 있지만 정부도 경제활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김 실장은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다양한 경제 주체와 소통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라며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주력 제조업의 혁신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실행하고, 규제 샌드박스 시행 후 민간의 창의적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이날 당·정·청회의는 청와대 2기 참모진 교체 후 처음 열렸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입법 과제를 조속히 처리하고 정책의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지역에 온기가 닿기를 바라 마지않는다”며 “올해는 경제와 민생을 비롯한 쪽에서 성과가 체감될 수 있도록 세밀한 노력을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총리는 장차관과 함께 설 전에 현장을 200회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후 “올해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 수준으로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2.6~2.7% 정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는데 올해 활력이 더 회복된다면 그 이상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공정거래법, 빅데이터 경제3법,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전망…中·세계 수요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 악재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7%로 6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성장률은 2.3%로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2일 내놓은 분석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보고서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수요둔화가 한국의 수출을 압박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미국이 곧바로 중국에 대한 관세 압박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외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보고서는 올해 1분기에 내수 촉진을 위한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계속될 것이며 혁신성장 기조에 힘입은 투자와 조선·자동차 부문 지원 계획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날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로 2017년 3.1%보다 떨어지면서 2012년(2.3%)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6%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11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2.7%로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2.7%로 전망했으나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후 수정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