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석유화학산업이 지난 3년간의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지나 다운사이클(불황)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에 이어 석유화학 경기까지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성 장관은 이날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석유화학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같이 진단했다.

그가 불황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엔 공급 과잉이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 기업들은 에틸렌 생산 확대를 위해 시설 투자를 늘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의 에틸린 공급량은 2017년 3000만t에서 작년 3400만t으로 늘었고 올해는 3800만t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면서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점들 때문에 석유화학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0.4%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이 불황에 빠지면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석유화학은 반도체, 일반기계에 이어 작년 수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성 장관은 산업 부진을 막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하편 원료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성 장관은 “관련 업계가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에 대한 투자 확대와 수익 창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