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마다 실적 신기록(어닝 서프라이즈)을 써오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감소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7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2017년부터 이어져 온 ‘반도체 슈퍼호황’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65조4600억원)보다 9.9%,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전 분기(17조5700억원)에 비해 38.5% 줄었다.

반도체업황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구축하며 반도체 슈퍼호황을 이끌던 정보기술(IT)업계가 투자를 줄이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 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어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쌓아뒀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3분기보다 감소했고 가격 하락폭도 애초 전망보다 컸다”고 덧붙였다.

반도체가 흔들리자 국내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484억6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8.3% 줄어든 탓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0억6000만달러로 전달(91억9000만달러)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재연/서민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