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 3층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 불 꺼진 연단 중앙을 조명이 비추자 고급스러운 직사각형 모양의 스피커에서 종이처럼 얇은 TV 패널이 스르륵 올라왔다. 연단 뒷배경엔 검은색 글씨로 ‘TV의 미래를 펼쳐놓다(Roll out the future)’는 문구가 새겨졌다.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보던 세계 언론인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SF 영화에서 보던 TV가 현실로

LG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개막 전날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TV 화면을 말 수 있는 ‘롤러블 T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TV를 보지 않을 땐 화면이 스피커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TV를 볼 땐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혁신 제품이다. 기존에 없던 첨단 신기술에 최고급 디자인이 곁들여지면서 앞으로 초고가 TV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LG전자의 최고급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 브랜드를 따와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TV R’이란 이름을 달았다. 데이비드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부사장)은 “R은 화면을 말 수 있고(roll), 혁신적(revolutionary)이며,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redefine the space)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며 “마블의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 TV는 세계 혁신 기술이 집결하는 CES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로 꼽히고 있다. 1927년 미국에서 TV가 개발된 뒤 92년 만에 TV의 외부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꾼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만달레이베이호텔 3층 콘퍼런스 행사장 입구엔 1시간 전부터 롤러블 TV를 보려는 세계 언론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LG전자는 ‘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선보였다. TV를 보지 않을 땐 화면이 스피커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볼 땐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제품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선보였다. TV를 보지 않을 땐 화면이 스피커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볼 땐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제품이다. /LG전자 제공
“초고액 자산가들 관심 높아”

LG전자 롤러블 TV의 가장 큰 장점은 TV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상 제약을 줄였다는 데 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은 △65인치 전체 화면을 보여주는 ‘풀뷰’ △화면 일부만 노출하는 ‘라인뷰’ △화면을 완전히 없앤 ‘제로뷰’ 등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TV 화면이 말리고 펴지는 동안에도 TV 화질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연내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에 롤러블 TV를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보다 화질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슈퍼리치(초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삼았다. 판매가격은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LG전자 관계자는 “대저택 또는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평상시엔 전망을 즐기다 TV를 시청할 때만 화면을 보길 원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이날 TV의 인공지능(AI)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 애플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애플의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인 ‘에어플레이2’와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 기기를 통한 음성 명령으로 LG전자 TV를 제어할 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