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26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8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경DB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26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8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경DB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예고한 19년 만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허인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경영진 18명은 일요일인 6일 전원 출근해 노조와 막판 협상을 추진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히려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벌이기로 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7일 저녁부터 집회에 들어가 8일 총파업을 벌이면 국민은행 고객들은 자금이체와 결제, 입출금, 신규 대출 및 대출 연장 등 금융업무에서 피해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영진은 우려했다.

평행선 달리는 노사

국민銀 노조, 8일 총파업 위해 7일 잠실체육관에 1만여명 소집령
국민은행 노사는 6일에도 ‘2018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강성곤 국민은행 상무와 류제강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주재한 교섭에서 양측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말 내내 실무진 차원에서 교섭을 벌였지만 노사를 대표하는 은행장과 위원장이 만나지 못해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허 행장이 지난 4일부터 대표자 교섭을 제안했지만 노조위원장이 노조 사무실이 아니면 응하지 않겠다고 해 만남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규모,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 등 몇 가지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이상 성과급을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다른 시중은행을 고려해 200%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과 관련해서도 사측은 부장(지점장)과 팀장·팀원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직급에 관계없이 1년을 일률적으로 늦추자고 맞서고 있다. 이외 피복비, 중식시간 휴식 등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밤샘 집회 예고

국민은행 노조는 7일 오후 9시부터 8일 오후 3시까지 잠실학생체육관에 직원 1만여 명을 모아 1박2일에 걸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직원이 1만8000여 명이고 이 중 노조원이 1만4000여 명”이라며 “노조 집행부가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권, 강원권 등의 노조원도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총파업 관련 주요 질의사항’을 통해 “투쟁대오 유지를 위해 체육관 출입구를 통제할 것”이라며 “입장은 계속해서 허용할 예정이지만, 퇴장은 엄격하게 제한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조는 사측의 변화가 없다면 오는 3월 말까지 네 차례 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국민은행 부행장은 “노조가 개인의 퇴장을 강제적으로 막는다면 형사처벌 대상인 ‘공동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노조가 법률 위반 가능성을 알면서도 목적 달성에만 목매달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줄일 대책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본부인력을 영업점에 파견하는 한편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은 당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고객 응대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휴가도 자제할 것을 당부키로 했다. 비대면 채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정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전국 1057개 점포의 정상 영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전 점포 정상영업이 어려우면 지역별 거점점포를 운영해 불가피한 소비자 피해를 줄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